“아이고 내딸 왔어” “할머니 따뜻하게 입으세요”

“아이고 내딸 왔어” “할머니 따뜻하게 입으세요”

입력 2011-01-01 00:00
수정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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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 딸 왔어.”

서울 장안동 네평 남짓 반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윤정숙(75·여)씨는 아슬아슬한 얼음길과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찾아온 120다산콜센터 상담원 홍지혜(32·여)씨를 딸처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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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상담원인 홍지혜(왼쪽)씨가 서울 장안동의 한 주택가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윤정숙(오른쪽)씨를 방문해 분홍색 내복을 선물하고 있다. 홍씨는 지난해 2월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윤씨와 인연을 맺은 뒤 매주 2~3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 등 딸처럼 홀몸노인인 윤씨를 보살피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31일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상담원인 홍지혜(왼쪽)씨가 서울 장안동의 한 주택가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윤정숙(오른쪽)씨를 방문해 분홍색 내복을 선물하고 있다. 홍씨는 지난해 2월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윤씨와 인연을 맺은 뒤 매주 2~3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 등 딸처럼 홀몸노인인 윤씨를 보살피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윤 할머니는 홍씨를 기다리는 동안 “방에 보일러를 돌리고 전기 장판까지 따뜻하게 덥혀 놓았다.”며 환하게 웃었고, 홍씨는 윤씨에게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라며 분홍색 내복과 라면 한 박스를 건냈다. 둘은 서로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통화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도 수다의 꽃을 2시간 넘게 쉼 없이 피웠다.

고혈압과 허리통증으로 병원 갔다온 이야기, 사회복지시설에서 의료기기 구입한 친구 이야기, 임대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은데 못가서 아쉽다는 소회 등 윤 할머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보따리를 연신 풀어 놓았다. “비오면 방 바닥에 물이 새는데 물침대 같아 좋다.”며 웃지못할 농담도 아끼지 않았다.

홍씨도 홀몸노인 말벗도우미로서 평소 윤 할머니와 자주 통화를 해 와서인지 윤 할머니가 만나는 친구의 이름을 알 정도로 일상생활을 꿰뚫고 있었다. 윤 할머니에게 홍씨는 딸보다 더 딸 같았다. 또 홍씨는 콜센터 상담원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노인복지에 대한 지식이 사회복지사 못지 않았다. 이날 홍씨의 따뜻한 실천으로 윤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윤 할머니는 아픈 기억도 끄집어 냈다. 딸 얘기였다. 윤 할머니에게는 이혼한 딸과 2명의 손녀가 있다고 했다. 작은 방의 벽과 TV 위에서 손녀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윤 할머니의 가족에 대한 애정은 깊어 보였다. 그러나 윤 할머니의 입에서는 원망의 말들이 쏟아졌다. 언제 통화를 했는지 모를 만큼 연락도 왕래도 없다고 했다. 적어도 5년은 더 돼 보였다. 윤 할머니는 “딸이 술쟁이 남편과 이혼한 후 받아야 할 위자료도 못받고 마땅한 직업도 없이 중2·고1인 두 손녀를 힘겹게 키우고 있다.”고 했다. 딸의 갑상선에 종양이 생긴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딸은 연락조차 없다고 했다. 윤 할머니는 “자기 앞가림 하느라 바빠서 연락이 없겠지.”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딸을 원망하면서 딸처럼 항상 챙겨주는 홍씨가 고맙다는 윤 할머니. 그러나 “상담원들이 딸보다 좋죠?”라는 질문에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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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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