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히말라야 女帝’ 되다] 산이 좋아 직장도 그만둬… ‘1등 산악인’ 꿈이룬 鐵女

[오은선 ‘히말라야 女帝’ 되다] 산이 좋아 직장도 그만둬… ‘1등 산악인’ 꿈이룬 鐵女

입력 2010-04-28 00:00
수정 2010-04-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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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오은선 대장은

2인자를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1인자가 되고 말겠다며 ‘작은 거인’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이를 악물었다. 일찍이 ‘다람쥐’란 별명을 얻었다. 산에만 오르면 누구보다 빨랐다. 그토록 작은 몸집(155㎝·47㎏)이지만 체력은 타고났다. 수원대 다닐 때 대학산악연맹이 매년 여는 마라톤 대회에서 언제나 1등할 정도였다. 자연의 위대함을 맛보려 하나둘씩 히말라야 고봉 정상을 밟았다. 어느새 ‘철녀(鐵女)’로 불리고 있었다. 히말라야 14좌를 오르기란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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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왼쪽) 대장이 지난 4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13좌 완등을 마친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나푸르나 연합뉴스
오은선(왼쪽) 대장이 지난 4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13좌 완등을 마친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나푸르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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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장은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북한산 인수봉에 매달린 사람들을 보며 “커서 최고 등반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1985년 대학 산악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수원대 졸업 뒤 서울시교육위원회(현 시교육청)에 들어갔다가 1993년 에베레스트(8848m) 원정에 나설 여성 대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해 합격했다. 장기 휴가를 낼 수 없는 공무원 신분이라 “내 인생에 이런 기회는 또 없다.”며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이 원정대의 지현옥 대장과 김순주, 최오순은 정상에 올랐지만 그는 등반대장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내려가야 했다. 첫 외국 원정의 경이로움과 아쉬움은 그를 더 고산 등반에 빠져들게 했다.

☞[화보]오은선 대장,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성공

그러나 후원자가 없어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거나 스파게티 가게를 운영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비용을 절약하려고 속전속결 전략을 세워야만 했다. 무산소 공격으로 캠프도 줄였다. 산소량은 해발 5000m에서 평지의 절반, 8000m에서 30%밖에 되지 않는다.

2004년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로 떠났지만 최대 난코스인 정상 턱밑 세컨드스텝에서 싸늘하게 식은 한국인 3명의 주검과 마주쳤다. 두려움을 떨치고 정상을 밟았으나 산소가 떨어졌다. 정신력에 기대 내려오다 텐트를 불과 10여m 앞두고 쓰러졌다. 일본 원정대가 텐트로 데려가 보살핀 덕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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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숱한 어려움 가운데 절친한 후배 고(故) 고미영 대장의 추락사를 첫손에 꼽는다. “산악과 인연을 끊을까도 생각했다.”고 되뇐다. 그러나 후배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라도 그럴 순 없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유전자’ 덕도 본단다. 1997년 태릉선수촌에서 심폐 테스트를 했는데 황영조(40·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보다 낫다는 판정을 받았다. 높은 곳에서도 피로를 덜 느끼고 회복도 빠르다는 얘기다. 아버지 오수만(70), 어머니 최순내(66)씨는 요즘 서울 휘경동 집 인근 용마산, 북한산 등을 매일 오른다. 끝까지 등반을 만류했던 부모라며 그는 웃는다.

그에겐 에베레스트를 오른 뒤 얻은 ‘독한 년’이라는 별명도 자랑이다. “1등이 나온다면 주인공은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던 그였다.

아직 독신인 그는 “아직 산만큼 나를 사로잡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14좌 완등 이후에는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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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10-04-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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