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앞 눈 빨리 치워주세요”

“우리 집앞 눈 빨리 치워주세요”

입력 2010-01-05 00:00
수정 2010-01-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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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충북 제천에 27.5㎝의 폭설이 내려 도로 곳곳이 마비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집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충북 제천에 27.5㎝의 폭설이 내려 도로 곳곳이 마비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집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대 폭설이 쏟아진지 만 하루가 지간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 연합회관 뒤편.

 4차선 도로는 여전히 눈에 덮여 차선을 식별할 수 없었다.수북이 쌓인 눈에 바퀴가 빠져 허둥대는 2.5t 트럭을 밀어올리느라 진땀을 흘리는 시민과 경찰의 모습은 현장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웅변하기에 충분했다.

 강남구 개포2동 주택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눈 쌓인 골목길에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시커먼 진창이 깊게 패었고,주민들은 미끄러질까 종종걸음을 걸었다.

 이곳에서 재활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서영석(51)씨는 “우리 골목에서 직접 눈을 치우는 주민은 나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어제처럼 눈이 많이 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2006년 서울시가 도입한 ‘내집 앞 눈치우기’ 조례가 이번 폭설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강제조항 없이 주민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방식이라 초기 홍보효과가 사라지고 주민들에게 잊혀지면서 무용지물의 헛구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해당 조례는 집주인과 상가 관리자가 이면도로(폭 12m 이하 소형도로)와 보행로 등의 눈을 직접 치울 수 있도록 삽과 빗자루 등의 도구를 미리 갖춰 놓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각 자치구는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등에 제설 도구를 비치해 필요할 때 주민들에게 빌려주게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민들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로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일하는 김연화(56.여)씨는 “눈 때문에 식료품 트럭이 들어오지 못해 김치를 손으로 날랐다.눈을 치우고 싶었지만 도구가 없어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남구 개포2동의 진인석(50.세탁소 운영)씨는 “주민이 도구를 빌려 제설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연립주택은 입주자들이 서로 미루다가 집 앞도 못 치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치구들은 홍보 부족이 문제라는 반응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18개 주민센터에 삽 1천200여 개와 빗자루 1천여 개를 준비했지만 어제 폭설 때 도구를 빌려가는 비율이 50∼60% 정도였다.아는 사람만 빌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례에 아무런 의무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예컨대 주민의 눈 치우기를 독려하는 미국에서는 집 앞 눈에 행인이 미끄러져 다치면 집주인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법 조항이 따로 있다는 것.

 봉사단체인 ‘인간성 회복운동 추진협의회’의 고진광 대표는 “자발적인 눈 치우기 캠페인이 관공서 서류에만 존재하는 용어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민·관이 효율적으로 제설 작업을 하는 제도적 기반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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