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막장 공천, 룰도 혁신도 없었다

황교안의 막장 공천, 룰도 혁신도 없었다

이근홍 기자
입력 2020-03-27 01:02
수정 2020-03-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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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위에 전권” 약속 버린 野1당 대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3.25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3.25 연합뉴스
혁신 공천을 위해 공천관리위원회에 전권을 주겠다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마지막 순간 공천에 직접 손을 대며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측근을 살리기 위해 공관위의 의견을 뭉개고, 경선에서 승리한 인사들을 직권으로 쳐내고, 당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청년벨트’ 젊은 후보들의 출마 기회를 빼앗으며 통합당의 공천은 ‘막장 공천’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당은 26일 경북 경주 재경선에서 김석기 의원(53.0%)이 김원길 통합당 중앙위원회 서민경제분과위원장(47.0%)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애초 김 의원을 공천배제(컷오프)했는데, 황 대표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기존의 경주 공천(박병훈 전 경북도의회 운영위원장)을 취소하면서 김 의원에게 부활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는 막말 논란으로 컷오프됐음에도 최고위가 재의와 공관위 공천 무효 요청 기각을 통해 지역구 출마를 지켜준 친황(친황교안)계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 사례와 유사하다. 김 의원은 2009년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의 책임자로 진상조사위원회의 ‘과잉 진압’ 결론에도 사과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부산 금정에서는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57.8%)이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42.2%)과의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 지역 역시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병원장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상태였지만 최고위가 공천 취소를 결정하며 재경선이 실시됐다. 사실상 공관위의 고유 권한인 공천을 황 대표가 직권으로 뒤집은 것이다.

‘공천 막판 뒤집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천을 자화자찬했다. 황 대표는 “우리 정당사에서 보기 드물게 당 대표가 스스로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관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한 ‘시스템 공천’이었다”며 “통합당은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 대표 사천이 없는 3무(無) 공천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5선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젯밤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고 했다. 최고위회의에 참석해 당 지도부의 ‘월권’을 지적했던 이준석 최고위원은 “막아내지 못해 착잡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부작용으로 거대양당 정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제1야당 대표도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며 “2년 뒤 대선까지 바라보고 있는 황 대표 입장에선 당장 비판을 좀 받더라도 당내에 친황계 인사를 많이 배치하는 게 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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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3-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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