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근자 불러 회의·부하에 점심값 떠넘겨…갑질 판치는 공공기관

[단독]퇴근자 불러 회의·부하에 점심값 떠넘겨…갑질 판치는 공공기관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9-10-17 18:38
수정 2019-10-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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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갑질 근절” 지시도 성과 없어

이유 없이 결재 미루고 왕처럼 군림
성희롱은 예사…관용차량도 사적 사용
서울시설공단 응답 74% “당해도 참아”
참은 이유, 처벌 미약·2차 피해 등 꼽아
직장갑질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직장갑질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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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부서장인 A 간부는 ‘점심식사 모시기 순번제’라는 엽기적인 제도를 만들어 부하 직원들한테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점심을 사도록 했다. 이 간부는 또 직무 관련자와 골프를 친 뒤 그 관련자의 회원권으로 총 26만원을 할인받았다. 다른 동료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특정 직원에게 인격 모독을 가하고 명확한 이유도 없이 결재를 늦추기도 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런 갑질로 A 간부는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소방청 B 간부는 공가, 외출, 일과 이후 대학원 출석, 모임 및 경조사 참석 등을 위해 관용차량을 127회 사적으로 이용했다. 이 간부는 근무평정 재평정 지시, 사적 심부름, 휴일 관용차량 대기·운행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36회 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해 중징계 및 징계 부가금 요구 조치가 건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대책 수립을 지시했지만 지난 1년간 공공기관 내 갑질 관행은 여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 2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정했지만,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는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17일 행안위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 직원 39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갑질을 직접 경험했다는 116명(29%), 주변 지인의 경험을 들었다는 147명(37%)에 달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직원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갑질 경험 응답자는 134명(19.7%)으로 나타났다. SH공사 갑질 경험 응답자 134명은 ‘직장이 아니라 군대 같다’, ‘결재권자는 왕처럼 행동하고 생활한다’, ‘성희롱적인 대화’,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악소문이나 과장 왜곡’, ‘퇴근한 직원도 다시 회사로 오게 해 업무시간 이후 회의를 열었다’ 등 총 153건의 갑질 경험을 밝혔다.

특히 SH공사 직원 면담 과정에서는 일부 상사의 모욕, 강압적인 반말, 술자리 강요, 인터넷 쇼핑 등 사적 용무 지시 등 다수의 심각한 사례가 발견됐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저촉될 여지 또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설공단 직원 15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갑질을 직접 경험했다는 46%, 주변 지인의 경험 24%, 주변에서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21%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설공단 직원 중 최근 1년간 갑질을 경험한 직원은 응답자의 23%에 달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직원 4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갑질을 직접 당했다는 응답자는 119명(25%)이었다.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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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시설공단 응답자의 74%, 소방청 응답자의 60%, 한국정보화진흥원 응답자의 39.9%는 갑질을 당했을 때 ‘그냥 참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갑질을 참은 이유에 대해 원활한 관계 유지, 대응수단 부족, 불이익 등 2차 피해 우려, 피해구제가 어렵고 처벌이 미약하다 등을 꼽아 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전 의원은 “국무총리가 법 실시 전 관련 설문을 실시하라고 했지만 아직도 실행에 나서지 않는 기관들이 있다”며 “법 준수를 위한 공공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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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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