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독재희생자 가족 만난 문대통령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아르헨 독재희생자 가족 만난 문대통령 “정말 가슴이 아프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11-30 09:19
수정 2018-11-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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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 방문서 역사기념공원 찾아 독재희생자들 추모아르헨 ‘5월광장 어머니회’에 민가협 선물과 직접 준비한 나비브로치 전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 일정으로 29일(현지시간) 오후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부에노스아이레스시(市)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됐으며, 당시 희생자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는 1955년부터 1983년까지 모두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중에서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이른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하고 억압적이었다.

당시 군부세력은 정치·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재건 목표를 내걸고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와 지식인들을 납치·불법구금·고문·살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가운데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검정 정장 차림으로 공원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우산을 받쳐 든 채 실종 및 사망 시기별로 실종자·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네 개의 벽을 따라 400여m를 걸어서 이동하며 공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 이름인가”,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하는가” 등을 물으면서 유심히 벽에 적힌 내용을 바라봤다.

공원 관계자는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한다”면서 “희생자 추념비를 라플라타강 옆에 세운 것은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추가로 밝혀진 가해자들을 처벌하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한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공원 관계자는 “아직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한다”며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르헨티나의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아르헨티나의 ‘5월 광장 어머니회’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다. 설립 이후 41년간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통해 군사정권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으며, 민주화 후에도 과거사 바로 세우기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1994년 6월 한국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민가협) 및 재야단체 초청으로 회원 일부가 방한했고, 이들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2015년 6월 광주에서 열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과거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분단·전쟁을 거치고 또한 군부독재 하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불행한 경험을 했으며, 특히 1970∼1980년대 군부독재를 딛고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분과 이분들의 어머니·가족들이 대의를 위해 헌신·희생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의 손을 잡고는 “한국에서도 같은 시기 군부독재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가족 모임이 있다”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 여성이 달고 있던 배지를 손으로 만지면서 “따님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군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역사가 기록된 책을 받은 문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지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민가협이 전해준 선물과 직접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전달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행복을 뜻한다.

민가협이 준비한 선물은 1994년 6월 민가협 측과 5월 광장 어머니회원들이 만났을 때 찍은 사진과 당시 착용했던 보라색 수건, 부채 등이다.

브로치가 부족하자 김 여사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더 준비해서 모두 달아드리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다 찾기 바란다”고 인사하고 공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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