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독감·코로나19 동시 유행 우려 확산
- 중증 폐렴 원인으로 ORF8 단백질 지목
- IL-17RA 차단으로 치료 가능성 제시
질병관리청은 지난 1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의심환자도 증가하고 있어서 두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중증 폐렴을 일으켜 기도 세포를 망가뜨리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 폐렴의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눈길을 끈다.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을 경우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면역세포가 도리어 감염돼 염증을 퍼뜨리면서 중증 폐렴으로 발전하고 이 과정을 촉발시키는 ‘ORF8’이라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9월 18일 자에 실렸다.
ORF8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알려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만들어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작은 단백질이다. 따로 떼어낸 폐 상피세포에서는 ORF8이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했다. ORF8 유전자가 결손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증상이 더 가벼웠다. ORF8이 있으면 병이 심해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억제 인자와 병독성 인자라는 정반대 해석이 6년 동안 공존해 왔다.
2026.9.13 연합뉴스
독감 유행, 붐비는 병원
올해는 평년보다 독감 유행이 빨리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도 증가하고 있어서 올 겨울 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감이 유행 중인 1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는 모습.
2026.9.13 연합뉴스
2026.9.13 연합뉴스
이렇게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를 연구팀은 대식세포에서 찾았다. 감염된 세포가 ORF8을 분비하면 ORF8은 대식세포 표면 면역 수용체 ‘IL-17RA’에 달라붙는다. 이 신호가 세포 안에서 TRAF6와 JNK라는 중계 지점을 거쳐 ACE2 유전자의 스위치를 켠다. ACE2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올 때 붙잡는 손잡이로, 손잡이가 늘어난 대식세포는 감염되기 쉬운 표적으로 바뀐다. 실제로 ORF8을 만드는 야생형 바이러스는 그렇지 못한 변이 바이러스보다 대식세포에서 감염성 바이러스를 10배 많이 뿜어냈다.
감염된 대식세포는 세포막이 터지며 내용물을 쏟아내는 ‘염증성 세포사멸’로 죽으면서 염증 물질 인터루킨-1베타(IL-1β)를 방출한다. IL-1β가 이웃한 폐 상피세포에 작용해 TMPRSS2를 늘린다. TMPRSS2는 ACE2와 짝을 이뤄 바이러스의 침입을 돕는 효소다. 결국 대식세포의 죽음이 주변 상피세포를 더 감염되기 쉬운 상태로 만들고 늘어난 감염이 다시 ORF8을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기존에 서로 다른 해석이 있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상피세포만 있는 배양접시에서는 ORF8이 바이러스 활동에 제동을 걸지만 대식세포를 함께 넣으면 야생형 바이러스의 RNA가 단독 배양 대비 감염 48시간에 20배까지 늘었다. 대식세포가 곁에 있는 실제 폐에서는 억제 효과를 압도할 만큼 감염이 증폭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생쥐에 IL-17RA를 막는 항체를 투여하자 폐 속 감염성 바이러스가 최대 7.3배 줄었고, 염증 세포와 폐 섬유화 면적도 함께 감소했다. 반면 애초에 ORF8을 만들지 못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에게는 같은 항체가 아무 변화도 주지 못했다. 항체가 다른 경로가 아니라 ORF8이 만든 고리만 정확히 겨냥했다는 증거다.
연구를 이끈 멜라니 오트 글래드스톤 감염질환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단 하나의 바이러스 단백질이 바이러스 증식과 조직 손상을 잇는 주된 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새로운 치료의 분명한 표적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트 소장은 “지금까지 중증 코로나19 치료는 스테로이드로 면역 전체를 눌러 염증을 잡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능력까지 함께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며 “IL-17RA를 차단하는 항체 ‘브로달루맙’은 2017년 미국에서 이미 건선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어서 기존 약을 다른 질환에 쓰는 ‘약물 재창출’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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