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판결·북극곰·게릴라 넘어… 도보 세계일주 첫 성공[월드핫피플]

간첩 판결·북극곰·게릴라 넘어… 도보 세계일주 첫 성공[월드핫피플]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6-11-03 16:44
수정 2026-11-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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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년간 29개국 도보 횡단, 세계 첫 성공
  • 러시아 추방·북극곰 위협 등 험난한 여정
  • 고향 헐 도착, 어머니와 감격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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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가 칼 부시비(오른쪽) 고향인 영국에 도착해 어머니의 환영을 받고 있다. 헐 AP 연합뉴스
도보 여행가 칼 부시비(오른쪽) 고향인 영국에 도착해 어머니의 환영을 받고 있다. 헐 AP 연합뉴스


28년간 29개국을 두 발로 걸어 약 5만㎞를 여행한 영국의 도보 여행가 칼 부시비(57)가 2일(현지시간) 고향인 영국의 헐에 도착해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가 세계를 걸어서 횡단한 최초의 인물로 최장 거리 연속 도보 여행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낙하산 부대원 출신인 부시비는 29세에 군대를 떠나 12년간 세계 도보 여행을 계획했으나 집으로 돌아온 것은 28년이 지나서였다.

그는 텔레비전 카메라에 둘러싸인 채 영국 방송 스카이 뉴스의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안젤라(75)의 환영을 받았다.

부시비는 고향의 도심에 약 1000명이 모인 환영식에서 “나 혼자 이룬 일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해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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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험가 칼 부시비가 도보 여행에 함께 한 키트를 끌고 고향에서 걷고 있다. 헐 AP 연합뉴스
영국 모험가 칼 부시비가 도보 여행에 함께 한 키트를 끌고 고향에서 걷고 있다. 헐 AP 연합뉴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부시비는 12년간 군 복무 도중 전투가 없는 군에 환멸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품은 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인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선택했다.

지난 28년간의 여행 동안 그가 고수한 두 가지 규칙은 완주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 것과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걸어서 4개 대륙과 얼어붙은 바다, 사막, 정글, 산맥을 횡단했는데 여행 도중 인터뷰에서 “걷는 건 지옥처럼 지루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행이 길어진 것은 금융 위기, 전염병, 비자 발급 금지, 전쟁 등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장애 때문이었다.

긴 여정 중에 얼어붙은 베링 해협을 썰매로 횡단하고, 카스피해를 처음으로 헤엄쳐 건너기도 했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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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세계 도보 여행을 시작했을 무렵 칠레에서 사진을 찍은 칼 부시비. 본인 제공
1999년 세계 도보 여행을 시작했을 무렵 칠레에서 사진을 찍은 칼 부시비. 본인 제공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돼 추방 선고를 받았으며 남미 게릴라와 북극곰의 위협도 받았다.

12살이 된 손녀를 처음 만난 부시비는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진 여행에 대해 “이게 21세기 오디세이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디세이처럼 여행 도중 사랑에도 빠졌다. 군 복무 도중 결혼했다가 5년 만에 이혼했던 부시비는 처음 도보여행을 시작한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카탈리나와 7년을 함께 했다.

미혼에 콜롬비아 국적의 카탈리나에게 파나마 이북의 국가는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아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몽골에서는 리카란 일본 여성과 3년간 지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또 헤어졌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베링해를 건너 아시아, 유럽을 걷는 여정에 가장 오래 걸린 국가는 러시아였다. 알래스카에서 폭 82㎞의 베링해를 목숨 걸고 건넜지만 시베리아에서 간첩 혐의를 받고 추방됐다. 결국 러시아를 통과하는 데는 총 11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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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에서 러시아 시베리아로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썰매로 건너는 칼 부시비. 본인 제공
미국 알래스카에서 러시아 시베리아로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썰매로 건너는 칼 부시비. 본인 제공


28년간 실제로 그가 걸은 기간은 15년으로 여행 도중 물가가 저렴한 멕시코를 아지트로 삼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철수했다.

출발할 때 수중에 300파운드(약 54만원)밖에 없었던 부시비는 길 위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수많은 은인들을 만났다고 돌아봤다. 그저 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음식과 친절을 베풀었다.

2005년 영화사 타임 워너로부터 선인세를 받고 회고록을 출간해 베링 해협 횡단 자금을 댔다. 2010년에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자가 후원했고, 이후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르초크가 ‘인생의 걸음’이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그의 여행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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