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그 반에 문제아동 3명…” 교사들만 눈치챈 비극의 전조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서이초 그 반에 문제아동 3명…” 교사들만 눈치챈 비극의 전조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한지은 기자
한지은 기자
입력 2024-02-27 18:15
수정 2024-02-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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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사가 말하지 못한 비밀

아직 끝나지 않은 교사들의 시위
지난여름 뜨거웠던 교사들의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겨우내 서울 서이초 사건 관할서인 서초경찰서 앞에서는 1인시위가 열렸다. 지난 17일 광화문엔 교사 1만명이 모였다. 결국 27일 통보된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에 대한 교사들의 열망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3~4명이 있었다”는 한 문장에서부터 출발했다. 한 학급 26명 중 정서·행동 문제를 보이는 아동이 3~4명이 되면 수업은 파행되고 교실은 붕괴되며 교사는 소진된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하지만 제자의 일이라 학교 밖으론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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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행동 3~4명, 1학년, 초임 교사.’

학교 밖 시선으로 보면 난수표 같지만, 교사들에게는 트라우마를 주는 단어의 나열이다. 코로나19를 전후해 정서·행동 문제를 보이는 학생, 이른바 ‘금쪽이’들이 늘자 교사들은 새 학년 반 배정 때 금쪽이를 반마다 1~2명씩 분산 배치한다. 그런데 신입생 정보는 학교에 없어서 유독 1학년에서는 한 학급에 문제행동을 지닌 아이들이 집중 배치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담임 교사 혼자 문제행동을 지도하면서 반을 이끄는 건 역부족이란 것이다.

그래도 많은 교사들이 특수교육 연수에 참여하거나 금쪽이들과 직접 부딪쳐 가며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도해 낸다. 지난해 7월 학교에서 사망한 서이초 교사가 남긴 일지와 일기장, 블로그에도 정서·행동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내용이 빼곡했다. ‘아이의 문제행동에는 소속감과 자존감이라는 목적이 있다’는 메모부터 ‘우리 반 금쪽이도, 저도 행복하고 싶어요’라는 다짐, 그리고 아이들의 좋은 점을 기록한 수많은 글들이 남았다. 교사의 집에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과 편지가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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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맞은 지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맞은 지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서이초 교사의 사촌오빠인 박두용씨는 이 글들을 보고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해 말을 아꼈었다.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의학적인 치료나 임상적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을 담임 교사에게 모두 맡겨 버린 게 더 문제라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이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며 서이초 사건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되자 교실의 무질서한 상황을 담은 영상을 이달 초 순직 인정 심의회에 제출했었다.

순직 신청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보면 지난해 1학기 서이초의 그 교실에는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을 지속하는 학생이 최소 3명 있었다.

A는 같은 반 친구들을 밀치거나 물건을 집어던졌다. 폭언을 하고 교사를 향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밀쳐진 친구의 입안이 붓고 상처가 난 적도 있다.

B는 짝꿍을 쫓아다녔다. 짝꿍이 피해 다니면 욕을 하거나 거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짝꿍 쪽에서 “학교 가기 싫다”는 성토가 나왔다. 짝꿍을 겨우 달랜 서이초 교사가 친구에게 집착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B의 부모에게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했지만 실제 상담을 받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수업 내용에 아랑곳없이 옆 친구에게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여 주는 식으로 딴짓을 자주 하던 C도 있었다. C는 점심 무렵부터 몇 시간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도 많았다. 결국 집으로 연락해 아이를 귀가시켜야 했다. 조퇴 횟수가 5차례가 넘어갈 즈음부터는 부모가 아이를 귀가시키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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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사일동 제공
전국교사일동 제공
순직 사건을 대리한 문유진 변호사는 “1시간 넘게 친구가 우는 소리를 듣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아이를 달래느라 교사는 진이 빠졌을 것”이라고 27일 설명했다. 이어 “서이초 교사 요구로 보조교사가 배치되긴 했지만 일주일에 단 2회밖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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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문제행동에 교실에는 수많은 피해 학생이 생겼다. 교사는 학교가 끝난 뒤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설명을 해야 했다. 90일 만에 약 2000건의 대화가 교육용 메신저인 하이톡에 쌓였다. 하지만 교사와 대화한 학부모가 수십 명에 달한다는 이유로 결국 경찰은 학부모 개개인이 서이초 교사를 불법적으로 괴롭힌 게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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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사노조 제공
대전교사노조 제공
서이초 사건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서이초 교사처럼 1학년을 담당했다. 이 반에는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최소 4명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초등 교사의 일지에도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간략한 기록과 함께 ‘(아이들을) 칭찬하기’라는 다짐이나 부모 면담에서 “(아이가)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혼내기보다는 친구를 치고 다니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지도해 달라”고 당부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학생을 변화시키려던 의지에 대한 응답은 아동학대 고소로 돌아왔고,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홀로 사투를 벌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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