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품 아니라 시대를 잇습니다”

“공예품 아니라 시대를 잇습니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6-06-09 00:41
수정 2026-06-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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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

‘철제은입사 촛대’ 재현품 등 보수
덕수궁 ‘장인의 손과 도구’ 특별전
되살린 궁궐 집기 생애주기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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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이 재현한 철제은입사 촛대, 백수백복도 병풍, 철제은입사 손화로 등 궁궐 내부 집기들이 덕수궁 즉조당에 놓여 있다. 뉴시스
장인들이 재현한 철제은입사 촛대, 백수백복도 병풍, 철제은입사 손화로 등 궁궐 내부 집기들이 덕수궁 즉조당에 놓여 있다.
뉴시스


“내가 단순히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잇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일 덕수궁 즉조당에서 만난 신선이(53)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는 최근 ‘철제은입사 촛대’의 재현품을 보수하며 “전통을 전통답게 작업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촛대와 촛대 받침의 연결은 암나사와 수나사를 조이면 끝인데, 이 촛대 받침은 조그마한 구슬을 박아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한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며 “눈으로 볼 때와 달리 분리해 작업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사’는 금속 표면에 문양을 새긴 뒤 가느다란 은선을 끼워 넣는 전통 금속공예 기법이다. 정교한 손기술과 금속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만큼 궁궐에서는 촛대와 향로 등 격식 있는 기물에 즐겨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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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 뉴시스
신선이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
뉴시스


신 이수자는 평범한 주부였다가 전통공예에 관심이 생기면서 20년 전 최교준 서울시 입사장 보유자의 제자가 됐다. 전통을 중시하는 가족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삼촌은 거문고 이수자고 사촌은 도자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그가 보수한 촛대 재현품은 스승인 최 보유자가 2017년 덕수궁관리소와 재단법인 아름지기, 에르메스의 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세 기관은 2015년부터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을 통해 탄생한 철제은입사 촛대, 백수백복도 병풍, 철제은입사 손화로 등은 궁중 생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9~21일 덕수궁 즉조당에서 열리는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는 이런 재현 집기의 생애주기에 초점을 맞춘 특별전이다. 외부에 노출돼 있는 재현 집기 특성상 부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각 분야 장인과 그 제자들이 보수에 나선 모습까지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즉조당 내부 집기 11종 14점, 철제은입사 촛대와 일월오봉병의 보수 작업 과정 영상 3편, 전통 장인의 작업 도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택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스승이 만든 작품을 제자가 고치고 보수하면서 전통 기술과 장인 정신을 계승하는 뜻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 이수자는 스승에게 배운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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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스승을 도와 유물을 재현하고 그 유물을 보수하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당연히 가르치고 싶어요.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사명이 아닐까요.”
세줄 요약
  • 덕수궁 즉조당 특별전, 재현 집기 보수 과정 공개
  • 철제은입사 촛대 보수로 전통 금속공예 기법 조명
  • 스승과 제자 협업 통해 전통 계승 의미 강조
2026-06-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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