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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올라온 9편의 작품 가운데 단 한 편의 작품만을 제외하고는 제목이 모두 외국어(특히 영어)나 외래어로 된 것이었다. 외국어를 쓰면 안 된다거나 무조건 시류를 거부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의 입구이면서 문패와 같은 제목에서 외국어가 남발되면 작품의 정체성, 개성이 흐려질 염려가 있다. 쓸 이야기는 부족하고 반성 없는 발설의 충동만 느껴지는 작품은 공허하고 겉멋이 들어 보일 뿐이다. 정교하고 압축된 이야기와 강력한 구조, 경제적인 언어를 지향하는 단편소설에서는 공감대와 설득력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 최윤(왼쪽) 서강대 교수, 성석제 소설가.
권용주의 ‘론리 플래닛’은 치밀하고 단단한 이야기와 세부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정처도 없고 오갈 데 없는 난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되긴 했어도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하지만 단편소설이라는 짧고 좁은 시공 속에 그런 포괄적인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작품을 지루하고 산만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당선작으로 쉽게 합의한 김현경의 ‘핀 캐리’(pin carry)는 독특하다. 일단 이 소설은 평범한 한 남자의 어두운 정열과 ‘일부러 져서 이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선보였다. 구성이 단단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인물이 살아 있다. 또한 본심에 오른 다른 작품에 비해 유난히 강렬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데 긴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 분들의 분발을 바란다.
2016-01-0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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