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의 브람스… 4년 만의 재회는 ‘선물’이었다

전율의 브람스… 4년 만의 재회는 ‘선물’이었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1-05 17:18
수정 2020-01-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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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명훈·서울시향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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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음악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을 펼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음악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을 펼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하는 2020년 신년음악회에 오르는 클라라 주미 강입니다. 신년음악회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지난 4일 오후 5시 5분 3층 객석까지 관객으로 가득 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공연장 직원이 아닌 연주자가 직접 안내방송을 하는 세종문화회관의 독특한 문화에 맞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3)이 활 대신 마이크를 먼저 잡았다.

이날 공연은 올해 한국 클래식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67)과 세계 클래식 무대로 뻗어 나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재회로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006년부터 10년간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며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정명훈은 2015년 12월 30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지휘를 끝으로 서울시향을 떠났다. 2016년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이후 3년 5개월 만에 다시 옛 단원들 앞에 섰다.

시작은 공연 외적인 문제로 깔끔하지 못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나 빈자리가 곳곳에 보였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보수단체 집회 탓에 인근 교통이 통제됐고, 지각 관객이 속출했다. 공연장 주변은 ‘태극기 부대’에 둘러싸였고, 일부 집회 참가자는 공연장 로비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지연 관객을 배려해 예정된 시간보다 8분가량 늦게 첫 연주를 시작했다. 1부 무대에는 정명훈과 바이올린 협연자 클라라 주미 강이 함께 올랐다. 악단 맨 뒷줄에 자리한 팀파니의 울림에 이어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은 클라라 주미 강의 독주가 시작됐다. 독일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 대표작으로 꼽히는 막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173㎝ 장신 연주자의 활 끝에서 빚어지는 소리는 힘이 넘쳤고, 서울시향과의 합도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클라라 주미 강은 무대를 완벽히 지배했고,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음을 낮춰 연주하며 협연자가 더욱 돋보이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2부는 정명훈과 서울시향 그리고 브람스의 시간이었다. 모두 검은색 정장으로 맞춰 입은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브람스 교향곡 1번 연주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악단을 배경으로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두 팔을 벌린 정명훈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하는 듯했다. 단원들의 눈빛이 빛났고, 표정도 밝았다. 모두 4악장, 47분쯤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1번 연주는 시간을 10년 전 ‘정명훈의 서울시향’ 시대로 되돌려 놨다. 세밀한 기교의 현악기 연주자들과 서정적 음색의 금관악기 연주자, 연주의 큰 틀을 잡아 주는 팀파니 등 타악기 연주자 등 악단 모두 정명훈의 손짓이 아닌 그의 숨결대로 악기를 다뤘다. 웅장하게 휘몰아친 4악장 피날레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브라보”가 쏟아졌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지휘자와 연주자가 가장 즐길 수 있고, 서울시향의 팬이라면 너무나도 익숙해서 더 흥겹게 들을 수 있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1번으로 새해 첫 축제를 화려하게 매듭지었다. 연주회는 아수라장인 광화문을 뚫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보답하는 정명훈과 서울시향, 클라라 주미 강의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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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20-01-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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