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바다’ 속 세월호… 무대로 건져낸 공연계

‘망각의 바다’ 속 세월호… 무대로 건져낸 공연계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5-03-30 23:52
수정 2015-03-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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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공연계가 ‘세월호’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연극은 비로소 세월호를 무대 위에 올려 성찰한다. 거리극, 무언극, 2인극 등 다양한 장르를 빌려 세월호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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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작가와 김광보 연출이 호흡을 맞춘 연극 ‘여우인간’에서 여우들의 지도자인 구미호는 “여우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사회”를 경고한다. 과거와 현재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는 광우병 파동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가 놓여 있다. 서울시극단 제공
이강백 작가와 김광보 연출이 호흡을 맞춘 연극 ‘여우인간’에서 여우들의 지도자인 구미호는 “여우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사회”를 경고한다. 과거와 현재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는 광우병 파동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가 놓여 있다.
서울시극단 제공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야기해 온 극작가 이강백은 신작 ‘여우인간’(4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을 통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대한민국을 되짚는다. 그가 말하는 한국은 “여우에 홀려 제정신이 아닌” 사회다. 광우병 파동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까지 “사람을 홀리는 여우 탓에 같은 실수를 반복해 저지른다”는 것이다.

‘여우인간’은 이강백 작가 특유의 우화다. 그러면서도 알레고리 기법을 활용한 기존 작품과 비교하면 직접적, 직설적이다. 여우 사냥꾼에 의해 꼬리가 잘린 여우들은 고향인 월악산에서 내려와 2008년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다. 이들은 각자 국정원 정보요원, 시민단체 대표 비서, 오토바이 소매치기, 비정규직 청소부로 인간 세상에서 살아간다. 이들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여우 탓만 한다. 여우들은 촛불시위의 배후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원흉으로 이리저리 내몰린다.

연극은 2008년 총선, 2012년 대선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의 사건들을 낯설게 하기의 기법으로 펼쳐 보인다. 스스로를 반성하지 못한 채 여우 사냥에만 골몰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김광보 연출은 여우들의 한판 놀이로 재해석한다. 인간들이 장기판 위의 말처럼 여우에 홀려 우왕좌왕하더니, 극의 후반부에 이르러 엄숙한 합창이 울려 퍼진다. “미안, 미안합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못해…” ‘세월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은 합창은 마치 제의(祭儀)처럼 슬픔을 억누른 채 먹먹하게 객석을 울린다.

세월호 참사로 300명에 가까운 학생과 교사를 잃은 경기 안산시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거리예술을 통해 슬픔을 달랜다. 오는 5월 1~3일 열리는 제11회 안산거리극축제는 총 61개 작품 중 10여편이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개막작인 오브제극 ‘안.녕.安.寧’은 희생자와 생존자, 유족들에게 평안을 기원한다.

안산 지역 고등학생들과 교사들은 8~19개의 에피소드로 꾸며진 2인극 ‘올모스트, 단원’을 만들어 친구들을 애도한다. 축제의 슬로건인 ‘액션(City in Action)’은 관객들의 삶에 다가가는 예술과 동시에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안산 시민들을 의미한다.

한국과 호주의 예술가들이 함께 세월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공연도 열린다. 남산예술센터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델루즈(Deluge): 물의 기억’을 총 8회에 걸쳐 무대에 올린다. 호주의 대표 시인 주디스 라이트(1915~2000)의 ‘홍수’(Flood)를 모티프로, 2011년 호주에서 발생한 홍수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처음 선보인 공연이다.

호주의 젊은 연출가 제러미 나이덱과 호주,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호주에서의 공연을 전혀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다. 무대 위에 가득 널린 물병들로 물이라는 자연의 힘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한(恨)의 정서를 담은 움직임과 소리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고통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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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3-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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