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의 급진 사회주의 혁명가 그리스·유로존 운명 움켜쥐다

40살의 급진 사회주의 혁명가 그리스·유로존 운명 움켜쥐다

입력 2014-12-31 00:06
수정 2014-12-3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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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좌파당 시리자 지지율 1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그리스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29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대통령 선출안이 최종 부결되자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40살 젊은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긴축정책으로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정권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리스에서 대통령은 집권당이 후보를 추천해서 의회에서 승인을 받는 상징적 국가원수에 불과하지만, 이번 간접선거는 신민당과 사회당으로 구성된 연정의 긴축정책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이 강했다. 대통령 선출 실패로 그리스는 내년 1월 25일 조기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시리자가 현재 정당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리자가 집권하게 되면 그리스에 근대적 국가가 수립된 지 200년 만에 처음으로 급진좌파가 정권을 잡게 된다. 치프라스의 집무실엔 독일의 여성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BBC는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상적 혁명가였으나 치프라스는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치프라스가 총리에 오르면 그리스는 물론 유럽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치프라스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채권단에 긴축 폐지 및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가디언에 “긴축은 실업자 150만명을 양산했고, 300만명을 가난으로 몰아넣었다”면서 “집권하면 빈곤층에 식량, 주택, 전기를 즉각 공급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은 치프라스를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한다. 구제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그 누구도 시간표를 되돌릴 수 없다. 개혁을 이행하지 않으면 유로존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치프라스는 “나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다”라면서 “월소득이 1000유로 이상인 사람에겐 그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부자증세 등 강력한 세제 개혁으로 재정을 확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프라스는 1990년대 그리스의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아들 이름에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의 본명인 ‘에르네스토’를 넣기도 했다.

2006년 아테네 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에 마오쩌둥주의자, 생태주의자, 신마르크스주의자 등이 연합한 시리자의 대표로 선출됐다. 시리자는 2012년 총선에서 득표율 22%로 제1야당이 됐으며,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득표율 26.6%로 집권 신민주당(22.7%)을 누르고 1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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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12-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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