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단교 계획없다” 사과 유도하며 北 외화벌이 근로자 140명 검거 ‘압박’

말레이 “단교 계획없다” 사과 유도하며 北 외화벌이 근로자 140명 검거 ‘압박’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3-08 23:04
수정 2017-03-0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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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대북 화전양면 전략’

나집 총리 “대화채널 열어둬” 北과 갈등 봉합 가능성 제기
국경 경비 강화 밀출국 막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AP 연합뉴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AP 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단교까지 검토했던 말레이시아가 북한 대사관 폐쇄나 북한과의 단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에 체류 중인 북한 근로자 140여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했다. 사과를 이끌어 내려는 ‘화전양면’전술 구사라는 분석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8일 의회에서 “북한에 싸움을 걸려는 것이 아니고 (우리 땅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범죄가 일어난 만큼 말레이시아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사관 폐쇄나 북한과의 단교는 아직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나집 총리는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1명은 아직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물밑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현재의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할지 묻는 질문에 그는 “가끔은 논의가 비밀스럽게 진행될 때 최선의 해결책이 나온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화교 자본이 지배하는 말레이시아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입김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중국의 중재를 통해 북한과의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는 봉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강공책을 펴고 있다. 사라왁주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교량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 근로자 140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들이 유효한 취업허가증 없이 방문 비자를 이용해 현지에 체류하며 일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사라왁주에는 건설·철강·광산 등의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 17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이번에 적발된 사례처럼 불법 체류 근로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 거주 북한 주민은 1000여명으로 대부분 외화벌이 일꾼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동안 묵인해온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아온 북한의 외화벌이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6일 “북한의 공식적 사과가 없으면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북부 페를리스주와 크다주는 북한 국적자가 말레이시아 당국의 허락 없이 인접한 태국으로 몰래 출국하는 것을 막고자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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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3-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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