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해제로 오히려 중동정세 불안 전망

이란 제재 해제로 오히려 중동정세 불안 전망

입력 2016-01-18 15:36
수정 2016-01-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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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란, 헤즈볼라 앞세워 영향력 확대 시도할 것”

핵합의로 서방의 제재에서 풀린 이란이 중동 정국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미 영향력 확대를 놓고 대립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관계가 일층 격화, 향후 중동 세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란은 이번 핵합의에 따른 서방의 제재 해제로 그동안 국제사회 트러블메이커로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역내 영향력 강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재 해제로 이란의 재정상황이 크게 호전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내 시아파 세력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내전 중인 자파 세력들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미 수니-시아파 대결을 통해 지역의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와의 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양측이 직접적인 군사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현 중동정세하에서 양측의 대결 결과는 향후 중동의 새로운 세력판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사실상 이들 양국을 포함한 중동지역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실한 상황에서 이란이 이제 ‘이란포비아’를 해소하고 보다 자유롭게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18일 미외교협회(CFR) 기고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우선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의 입김이 커질 전망이다. 이들 두나라는 공통 목표인 이슬람국가(IS) 퇴치 외에 내부적으로는 수니-시아파간 종파 분쟁에 얽혀있다.

또 시리아의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의 입장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도 불가피하게 아사드 정권 타도 전략을 수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내 시아파와 헤즈볼라 등 이란 세력의 도움 없이는 IS 타도 작전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사드가 이번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자신에 대한 승리라고 선언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란의 전위부대격인 헤즈볼라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연 2억 달러의 현금 지원 외에 무기, 훈련, 정보, 병참 등의 지원을 받아왔으나 지난 18개월간 이란으로부터 지원이 대폭 감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워싱턴 소재 근동정책연구소의 대테러 정보 전문가 매튜 레빗은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 헤즈볼라는 이를 바탕으로 근거지인 레바논 정계에서 영향력 확대는 물론 현재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 반군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활동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새라 버크 중동특파원도 시리아가 이라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아파의 기반이 약한 곳인만큼 이란이 시리아에 대한 지원을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근거지인 레바논은 물론 키프로스와 페루, 태국 등지로 활동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부상에 맞서 사우디도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수니파가 다수인 걸프만 산유국들은 물론 이전의 적대세력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그리고 수단 및 터키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란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걸프 산유국들은 이번 핵합의와 뒤이은 제재 해제에 기대반 우려반이다. 제재 해제로 이란의 온건파가 득세하면서 아랍권에 대한 파괴공작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상대적으로 커진 영향력을 앞세워 자국내 시아파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자구책으로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 신무기를 들여오는 한편 영향력이 쇠퇴한 미국 외에 중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다른 강국들과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 제재 해재로 비상이 걸렸다. 헤즈볼라의 세력 확대로 인접 레바논이나 시리아와의 무력 마찰 가능성이 커졌고 인접 요르단이나 이집트도 정정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6년간 미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및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온 이스라엘은 이번 핵합의에 강력 반발, 미 의회 등을 앞세워 합의 이행에 제동을 걸려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이스라엘 정부 안보자문위원 출신인 척 프라일리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이번 핵합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제재 해제를 계기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회복해 정보교환등을 통해 이란의 핵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전면 등장으로 중동의 정세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우디도 내부 모순이 악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보수파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는 유가하락과 IS등 내부 분열, 미국의 지지 상실, 이란의 부상 등 내우외환에 직면하고 있으며 보수파의 지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 강경노선의 살만 국왕 부자가 대결책을 주도하고 있다. 인접 예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시리아 내전에서도 알 아사드 정권과 맞서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내년 2월 총선에서 이란 온건파가 패할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이란-사우디 대립이 심화될수록 미구 등 서방의 대 IS 공조전선에 차질을 빚을 것도 자명하다.

미국 등 서방은 이란의 핵개발 중단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중동은 그 대가로 오히려 폭발 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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