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혁명 1주년…”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홍콩 우산혁명 1주년…”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5-09-26 11:23
수정 2015-09-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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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우산 혁명’으로 불린 홍콩의 도심 점거 시위가 오는 28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는다.

작년 9월 28일 정치적 제한 없는 ‘진정한 행정장관(행정수반) 직선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홍콩정부청사 앞 도로 점거로 시작된 도심 시위는 중국 본토와 맞닿은 까우룽(九龍) 반도로 확산하며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국과 영국, 대만은 물론 공산당의 서슬퍼른 통제를 받는 중국에서도 지지 시위가 벌어졌지만, 중국 당국이 꿈쩍하지 않자 실망한 시위대의 이탈로 시위 동력이 약화했고 결국 79일 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홍콩인들이 당장 직선제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중국에 주권이 반환된 지 50년이 지나는 2047년까지 보장된 고도의 자치권 수호 등 장기적인 민주화 운동을 위한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홍콩인 정체성 강화

홍콩 시위는 법치와 언론·표현의 자유, 국제금융, 부패 감시 제도, 교육, 광둥화(廣東話) 등 홍콩의 독특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1월 홍콩중문대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인식하는 응답자가 26.8%로 주권반환 이듬해인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8.9%로 1997년 이후 최저치였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자 가운데 4.3%만이 ‘중국인’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홍콩인’ 또는 ‘홍콩인이지만 중국인이기도 하다’는 답변은 82.6%에 달했다.

시위 이후 중국 당국의 과도한 간섭에 저항하는 민주 세력의 단결력도 강화됐다.

이는 지난 6월 입법회(국회격)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의결을 거친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홍콩 정부가 수개월간 대대적인 선거안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중국 당국자들까지 나서 범민주파를 설득했지만, 범민주파 의원 27명은 진정한 보통선거가 보장되지 않는 선거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한 채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오히려 다수파인 친(親)중국파 의원들은 표결 시간을 늦추려다 의사소통 착오로 43명 중 9명만 표결에 참여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중국파 의원 한 명은 반대표를 던져 범민주파에 힘을 실어줬다.

홍콩 정부가 지난 1월 시정 계획 발표 때 ‘청년사무위원회’ 신설과 주거 문제 해결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낸 것도 시위 기간 표출된 시민의 불만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대만에도 영향…토착주의 세력 생겨나

홍콩 시위가 한창이던 작년 10월 미국과 영국, 대만 등 세계 각지에서 지지 집회가 열리는 등 파장은 세계적이었다.

중국 각지에서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쓰촨(四川)성 등에서 시위나 지지 성명 발표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3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는 작년 11월말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친중 성향 집권 국민당이 참패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선거에서 대만 야권이 압승을 거두자 ‘홍콩의 현재가 대만의 내일일 수 있다’고 우려한 대만 국민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집권당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시위 이후 홍콩 젊은 층 일부가 과격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화적 시위가 중국 당국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인식한 일부 청년층이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 등 토착주의 단체를 결성해 중국 보따리상 유입에 반대하는 과격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입법회의 행정장관 선거안 표결을 앞두고 폭발물을 제조해 터뜨리려 한 급진주의 활동가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꿈쩍않는 중국…지방 선거 결과 주목

79일간 이어진 작년 도심 점거 시위는 체포자 수가 1천 명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 시위였지만, 중국 당국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홍콩인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에 파견한 대표처 수장 격인 장샤오밍(張曉明) 홍콩주재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은 지난 12일 홍콩 기본법(헌법격) 반포 25주년 기념 포럼에서 홍콩 행정장관이 행정, 입법, 사법을 초월하는 특수한 법률적 지위에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의회 선거결과가 새 선거안 마련 여부 등에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범민주파가 승리하면 새로운 직선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도심 시위로 생계에 영향을 받은 홍콩 시민이 범민주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어 범민주파가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6월 중순에 5만 명을 목표로 한 직선제 요구 시위에 3천여 명만이 참석했으며 범민주파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이 7월 1일 주최한 거리 행진에는 4만8천 명이 참가해 예상치 1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친중국파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홍콩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홍콩판 국가안전법(국가안보법) 제정과 친(親)중국적인 내용을 강조한 국민교육 과목의 필수과목 선정 등을 시도했다가 홍콩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적 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공동 대표인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는 정치 개혁이 추진될 수 있는 티핑 포인트(극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를 민주화 운동의 속도를 늦추고 다양한 민주 세력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최근 지방 선거를 준비 중인 이들을 만난 타이 교수는 티핑 포인트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그 때까지는 홍콩의 핵심 가치가 손상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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