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기후변화·이민문제 정면 거론… “미 정치 한복판으로”

교황, 기후변화·이민문제 정면 거론… “미 정치 한복판으로”

입력 2015-09-24 02:42
수정 2015-09-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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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교황 환영 속 속내 복잡…일부 강경파 대놓고 불만민주는 반색…미국 대선국면과 맞물려 논란 격화 불가피

미국을 첫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등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들을 주저 없이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그의 이런 거침 없는 행보를 놓고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이슈 하나하나가 이미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 공방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CNN 방송과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이날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 직후 인사말을 통해 기후변화와 이민, 종교자유 등 미국 사회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현안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교황은 먼저 모두에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해 이민 문제를 거론했다. 교황은 이후 성 매튜성당 기도에서도 이민자 가정을 언급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불법이민자를 차단하고자 남쪽 국경지대에 장벽을 쌓겠다고 하는 등 미 정치권이 불법이민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고 시리아 난민 사태가 세계적 이슈가 된 상황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다.

교황은 이어 공화당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슈 중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구상을 제안한 사실이 고무적”이라며 “그것이 긴급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기후변화는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공통의 집’(지구)을 보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변화를 만들 시간이 아직 있다”며 미 정치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실상 공화당을 겨냥한 것이다.

교황은 아울러 “수많은 다른 (종교의) 착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가톨릭 역시 그들의 깊은 관심사와 종교 자유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 공정하고 현명하게 정돈된 사회를 만드는 노력에 힘쓰고 있다”면서 “그 자유는 미국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고 역설했다.

이 발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미 켄터키 주(州) 로완 카운티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가 동성커플에 대한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해 구속됐다가 풀려나면서 종교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고,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벤 카슨이 ‘무슬림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해 격한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교황의 잇따른 ‘진보적 발언’에 대해 공화당이 역풍을 우려해 대놓고 반대나 비판은 못 하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양새다. 공화당 일각에선 뜻하지 않은 ‘교황 변수’가 대선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교황이 이 같은 언급을 24일 열릴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폴 고사(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이 이미 “교황이 기후변화나 소득분배 문제에 대해 좌파 정치인처럼 행동한다”며 교황의 의회 연설을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의회 연설 내용에 따라 다른 공화당 강경파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화당과 달리 교황과 이념적, 정책적 코드가 맞는 민주당은 현재 교황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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