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국 중재에 ‘어정쩡한 악수’

한일, 미국 중재에 ‘어정쩡한 악수’

입력 2015-04-17 10:26
수정 2015-04-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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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거사-안보협력 ‘투트랙’ 공식화

과거사 갈등을 겪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적극적 압박 속에서 ‘어정쩡한 악수’를 나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다.

미국의 외교 실세로 꼽히는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주도한 이번 협의회에서 3국은 ▲한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범세계 차원의 3자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협의회는 애초부터 특정한 현안을 논의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주도로 3자 간 화해의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기획성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와 상반기 이내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일 간의 갈등을 확실히 매듭짓고 3자간 안보협력을 되살리려는 미국의 의지가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협의회 도중 존 케리 국무장관이 ‘깜짝 출연’한 것도 한·미·일 3자 관계복원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중재는 외견상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비친다. 일본의 거듭하는 과거사 도발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해왔던 한국이 과거사에서 안보를 떼어내는 ‘투트랙’ 접근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는 일관되게 제기해나가되, 필요한 분야에서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공식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결정적 요인이지만, 일본과의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외교적 부담이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 측 대표로 참석한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며 우리도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다”고 말한 정도다.

그나마도 “아베 총리가 나름대로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견해를 표명했다”고 주장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여전히 의심하게 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재’한 자리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이상 일본으로서는 일정한 ‘공식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인위적 화해’ 시도가 양국관계의 진정한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일본의 더 명확한 태도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그대로 평행선을 달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한계론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3자 회동에서 한국 측이 과거사와 관련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으나,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진정성 없이 과거사 문제가 ‘불완전 연소’되면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이를 전후한 공개 발언 계기에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가 향후 관계개선의 ‘가능성’과 ‘방향’을 읽게 해주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이번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문제에 어떤 발언을 하느냐보다는, 오는 8월15일 일본의 패전 70주년 기념일에 어떤 언급을 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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