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스파이짓 제한 용두사미?…개인정보보호법 연기

EU, 美스파이짓 제한 용두사미?…개인정보보호법 연기

입력 2013-10-26 00:00
수정 2013-10-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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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미국 정보당국의 불법 정보수집을 막기 위해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하려 했으나 영국의 반대로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였다.

예상보다 늦은 2015년 이후 법안을 시행하기로 한데다, 앞으로 도청 논란이 잦아들면 미국 정부나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순조롭게 시행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U 정상들은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EU 국민 개인정보의 해외 전송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영국의 요구로 2015년으로 미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정안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EU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사생활 정보를 유출하면 최대 1억 유로(약 1천45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는 지난 21일 개정안을 처리했으며, 현재는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은 상태다.

EU 국가들은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미국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우려해 법안 처리를 주저했지만, 미국 정보기관이 유럽 시민은 물론이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까지 무차별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영국이 미국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영국은 미국과의 정보 공유가 테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해서 화가 났다는 이유로 정당하게 활동하는 정보기관을 옥죄는 법안을 제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빼돌린 문서를 보도하는 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며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애초 캐머런 총리는 법안 시행을 위한 시한을 두는 것에 반대했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이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 내년 5월까지는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하자 2015년에 법안을 시행하기로 타협했다.

불법도청 피해 당사자인 메르켈 총리도 예상과 달리 개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EU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두고 이제는 법안 시행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EU 관계자는 “도청 이슈가 관심에서 멀어지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인터넷 업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개진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IT 기업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등 35개국 외국 지도자 전화가 도청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우리에게 승산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영국의 상식이 승리한 것 같다. 우리가 승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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