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위안부 피해 상처 “과오 되풀이 말라”

아물지 않는 위안부 피해 상처 “과오 되풀이 말라”

입력 2013-05-29 00:00
수정 2013-05-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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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평생 마음 한쪽에 큰 응어리를 안고 살았어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제도를 정당화하는 일부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의 끔찍한 현실을 전하는 한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용기있는 증언에 일본 시민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본 곳곳을 다니며 당시 위안소의 현실을 전하고 있는 김복동(87), 길원옥(84) 할머니는 지난 주말 오사카의 한 주민센터에 열린 강연을 통해 10대 시절 일본군 위안소를 전전하며 겪은 참혹한 경험을 토로했다.

14세 때 ‘군복 공장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김 할머니는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를 끌려 다니며 하루에만 십수 명의 군인들을 상대했다.

주말에는 그 수가 훨씬 늘어 일과를 마치고 나면 출혈과 고통으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곤 했다.

1945년 종전 후 싱가포르에서 풀려난 그는 그 이듬해 고향에 돌아왔지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활동 이전까지는 이런 아픔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길 할머니도 마찬가지로 공장에서 일하려다 위안부에 끌려갔다. 겨우 13세 때의 일이었다.

이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처럼 당시 일본 정부가 속임수와 강제력을 동원해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라고 완전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일이어서다”라며 “나처럼 나이 많은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있을 때 일본 정부가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도 “우리는 앞으로 살 날이 많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가 겪은 일을 여러분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잘못 되풀이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지식인들도 이들의 호소에 힘을 실었다.

나가노 고이치 소피아대 정치학 교수는 “위안부는 단순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딴전을 부리면서 생존 피해자들이 사망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제성’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약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위안부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한 점 자체로 국제적 기준에서는 강제성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일본을 찾은 두 할머니는 오키나와현과 히로시마, 오사카 등을 돌며 강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당초 24일 오사카시청에서 문제의 망언을 한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겸 오사카 시장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하시모토 시장의 사죄 퍼포먼스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며 면담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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