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재정절벽 타결안에 ‘선심성 감세’ 끼워넣어

미국은 재정절벽 타결안에 ‘선심성 감세’ 끼워넣어

입력 2013-01-04 00:00
수정 2013-01-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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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도 될 세금공제 연장으로 약 80조원 세수 손실 ‘편법 처리’ vs ‘고용 창출’ 논쟁 가열

한국 국회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지역구 민원 예산을 대폭 반영해 빈축을 샀지만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1일 재정절벽 타개 세금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750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선심성 감세’ 조치를 슬쩍 집어넣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많은 의원이 낭비성 지역구 예산(이어마크ㆍearmark)을 포기하겠다고 맹세까지 해놓고도 중산층 ‘세금 폭탄’을 막기 위한 법안에 끼워넣은 것은 ‘신종 이어마크 챙기기 수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 주요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상원에서 표결처리(찬성 89표, 반대 8표)된 재정절벽 타결안(미국 납세자 지원법안ㆍATRA)에는 다양한 기업과 업종에 대한 감세 연장 조치가 포함됐으며 같은 날 하원도 찬성 상원안 그대로 의결(찬성 257표, 반대 167표)했다.

싱크탱크(두뇌집단)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스콧 라일리 연구원은 3일(현지시간)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상ㆍ하원의원 1인당 평균 12개 이상, 총 6천500개의 선심성 감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선심성 감세 사례로는 △국내 영화ㆍTV 제작비 세액공제(연간 4.3억달러) △철도사업자 유지보수비 지원(3.3억달러) △푸에르토리코산(産) 럼주(술)의 내국소비세 환급(연간 2.2억달러) △자동차경주장 건설비 회수 지원(7천만달러) △이ㆍ삼륜 전기차 구매자 세금공제(400만달러)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을 다 합한 공제 규모는 연간 753억달러로, 지난달 31일 감세 혜택이 끝났으면 연방정부 세(稅)수입으로 잡혀 재정적자 감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이들 선심성 조항은 157쪽 분량의 타결안 곳곳에 흩어져 있어 눈에 잘 안 띄지 않고 내용도 연장 기간만 1∼2년으로 고친 것으로 CNN 방송은 전했다.

의회 조치가 없으면 1일부터 모든 소득계층의 세금이 크게 오르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 증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CTJ)’의 밥 맥인타이어 디렉터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제너럴모터스(GE) 세액공제, 회계법인의 연구비 공제 등과 같은 감세 조치는 “경제에 도움이 안 되거나 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어마크 감세가 타결안 도출과 의회 통과에 일조했을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지역구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안에 찬성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이어마크는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시행되는 도로ㆍ교량ㆍ공항 신설, 상하수도 개선, 동식물 품종 개량 등 특정사업을 위해 정부예산을 배정받는 것을 말한다.

반면 수혜 기간 연장 등 세법 변경은 주로 기업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의 청탁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고 CBS는 지적했다.

타결안에 반대한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공화)은 많은 하원의원이 공개토론 한번 없이 ‘(선심성) 감세안’에 기습을 당했다면서 “타협안은 완전히 이어마크로 가득했다. 이어마크는 이런 법안 속에 밀어 넣지 않으면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의회는 재정절벽 협상에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공제 혜택 축소를 추진해왔으나 이번 선심성 감세로 명분 상실 등 체면을 구겼다. 특히 공화당은 2년 전 이어마크 금지 결의를 무색하게 했다.

공화당은 정부지출 삭감 차원에서, 민주당은 기업 특혜 억제 차원에서 세금혜택 축소를 주장해왔다.

이어마크에 대한 시민단체 등이 감시가 강화되자 지난해에는 각종 특별기금에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어마크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다리라는 의미에서 ‘갈 곳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로도 불린다. 어떤 목적이나 구체적인 효과 없이 정부예산을 쓰는 것을 비꼰 말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는 이어마크가 납세자의 세금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돌려주는 합법적 통로라면서 이어마크 포기는 정부 지출 결정권을 행정부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이번 감세에 대해서도 기업의 손비나 감가상각비 인정, 연구비 공제 등 세제 혜택이 늘수록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프로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를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 코퍼레이션(ISC)의 댄 하우저는 “이건 세금 특혜가 아니다. (자동차경주로 건설 등) 지역사회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자본투자가 있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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