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치·각하 결정 도출, 경찰대 출신 변호사 영입, ○○청 출신 영입….’ 로펌 홈페이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불송치 결정권이 부여된 뒤 경찰 출신 변호사의 몸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오는 10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앞두고 몸값이 또 치솟고 있다. 이미 8대 로펌의 경찰 출신 인력은 290명을 넘었다. 올해 신규 영입만 18명. 전년의 두 배다.
경찰 전관의 진짜 가치는 수사 종결권을 쥔 전국 260여개 경찰서의 ‘지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것. 이런 능력을 가진 전관의 ‘쓸모’는 다양하다. 특정 사건을 비교적 관대하게 처분하는 경찰서 관할로 피의자 주소를 옮길 수 있다. 반대로 관할이 모호한 사이버·재산 범죄의 고소장을 유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서에 접수시키는 ‘관할 쇼핑’도 가능하다.
검찰은 전국 순환 인사였지만 경찰은 이동이 거의 없는 ‘향찰’ 체제. 60개 안팎 청·지청을 갖춘 검찰보다 무려 네 배나 많은 경찰 조직이니 어디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수사 처분의 편차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로펌의 전략에 맞춰 수사에 임하는 개인의 대응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로펌 광고대로 “형사 사건의 골든타임은 경찰 조사”가 현실이 되는 것. 검찰이 경찰의 무혐의 판단까지 재검토하던 과정이 축소되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피의자에게는 전관을 동원할 골든타임이 생긴다. 피해자에게는 한 번 놓치면 더 호소할 곳이 없는 데드라인이 된다.
전관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어제 퇴직자의 사건 문의와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를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누구에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변호사 자격으로 채용된 경찰관 292명 중 84명이 이미 퇴직했고, 재직 중 별도로 자격을 딴 인원은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어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는지조차 모를 현실. 한숨만 나온다.
2026-08-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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