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카키스토크라시

[씨줄날줄] 카키스토크라시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4-12-13 02:21
수정 2024-12-1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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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물이 통치하는 체제’를 일컫는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는 고대 그리스어로 ‘가장 나쁜’이란 뜻의 카키스토스(kakistos)에서 유래했다. ‘최상’을 의미하는 아리스토스(aristos)에 어원을 둔 아리스토크라시(aristocracy·귀족정)의 대척점에 있는 용어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644년이다. 잉글랜드 왕국에서 왕당파와 의회파 간 내전이 벌어졌을 때 국왕 지지자인 옥스퍼드 교구 목사가 “우리의 건실한 군주제가 미친 카키스토크라시로 전락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했다.

역사서에서나 존재하던 단어인 카키스토크라시가 부패하고 무능하며 후안무치한 지도자의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현대 정치 용어로 조명된 것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 연재 칼럼에서 “미국이 카키스토크라시를 경험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된 이후 이 용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2기 내각 인선 논란을 다룬 기사에 ‘최악의 정부: 트럼프의 새로운 측근을 카키스토크라시라고 부르는 이유’라는 제목을 달았다. 크루그먼 교수도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한 경고를 재차 꺼냈다. 그는 지난 10일 ‘분노의 시대에 희망 찾기’라는 제목의 NYT 고별 칼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에 맞서 싸운다면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분노가 나쁜 사람들이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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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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