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포청천’ 조순/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청천’ 조순/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2-06-23 21:44
수정 2022-06-2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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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한 도시에서 시민의 쉼터인 공원은 허파나 다름없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열섬화 현상도 덜어 준다. 뉴욕, 파리, 런던 등 외국의 대도시에는 이런 도시공원이 곳곳에 있다.

서울의 경우 1999년 만들어진 여의도공원이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된 대표적 도시공원이다. 검은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녹색 쉼터로 꾸미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순 민선 초대 서울시장의 작품이다. 조 전 시장은 강동구의 빠이롯트 공장 부지, 영등포구의 오비 맥주공장 부지도 공원으로 만들고 남산 외인아파트도 철거해 남산 모습을 살려 냈다. 이후 서울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공원이 하나둘 생기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후임인 고건 전 시장 때 상암동의 노을공원·하늘공원이 들어섰고. 서울숲(이명박), 북서울꿈의숲(오세훈)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 조 전 시장이 별세했다. 그는 ‘조순 학파’를 이룰 정도로 경제학계의 거목이었다. 제자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함께 지은 ‘경제학 원론’은 1990년대 경제학도의 필수 교재였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영어 교수요원으로서 가르친 생도 중 한 명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1988년 경제부총리로서 토지 공개념 도입을 주도했고, 1992년에는 한국은행 총재도 했다. 1995년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설득으로 민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정치권에 데뷔했다. 당시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주인공처럼 하얗고 짙은 눈썹 덕분에 ‘포청천’, ‘산신령’ 등으로 불렸다.

초대 민선 시장이었으나 취임식을 앞두고 삼풍백화점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취임식도 생략한 채 사고 수습에 나서야 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서울’, ‘시민 제일주의’를 강조했다. 남산 1, 3호 터널을 오가는 1~2인승 승용차에 부과하는 혼잡 통행료도 도입했다.

“정치권에서는 미디에이터(중재자), 정부 내에서는 코디네이터(조정자), 국민에게는 내비게이터(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를 두루 경험한 고인이 제자가 국무총리가 됐을 때 당부한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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