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택시 구토 20만원/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택시 구토 20만원/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11-08 00:00
수정 2014-11-0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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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심은 즉결심판(卽決審判)의 약자인데, 2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미한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서장의 청구로 순회판사가 행하는 약식재판을 말한다. 얼마나 가벼운 사건이냐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서 예외인 수준이다. 1970년대 경찰서에는 통행금지 위반, 장발, 무전취식, 노상방뇨, 만취난동, 고성방가 등 현행범과 대통령 비판으로 인한 긴급조치 위반 혐의 등으로 잡혀 온 사람들이 들끓었다. 이 중 일부만 훈방 조치되고 즉심으로 넘어갔다. 이때 즉심에 넘겨지는 택시 승객들도 적지 않았다. 비싼 양복을 쫙 빼입고 지갑에 만원짜리가 두둑한데도 술김에 택시요금을 내지 않았거나, 택시기사가 기분 나쁘다고 시비가 붙어서 서로 폭행을 행사했거나 등이다. 젊디젊은 즉심 판사는 벌금 등을 선고한 뒤 만취 승객들의 객기를 두고 “다음부터 그러지 마세요”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서울시택시운송조합이 최근 승객의 구토나 하차 거부, 분실물 습득 등과 관련한 배상 규정을 넣은 운송약관 개정안을 서울시에 건의했다. 이른바 ‘진상 승객 응징 가이드 라인’인 셈이다. 조합은 “구체적인 배상 규정이 없어 승객과 기사 사이에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차량 안에서 구토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최대 20만원을, 목적지 하차 거부로 경찰서까지 갈 경우 최대 10만원을, 요금 지불을 거부하고 도망치면 기본요금의 30배를 승객이 부담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또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렸을 때 이를 주운 기사가 승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사례금도 최대 5만원으로 정했다.

영업택시를 타고 점심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현재는 어떠하냐고 물어봤다. 구토를 할 경우 세차비 5만원 정도가 관행이고, 후하면 10만원이라고 했다. 택시요금 지급을 거부한 승객이 즉심에 넘겨지면 요금의 3배를 내도록 선고한단다. 휴대전화를 돌려줄 때도 이미 3만~5만원 정도의 사례금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배상 규정이 없다고 해도 즉심 선고를 포함해 관행이 존재했다.

그런 탓에 ‘택시구토 20만원’이 과하다며 역풍이 분다. 시민들은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지난해 가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25% 인상됐지만 택시 서비스 질은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또 약관 개정안이 진상 승객만 응징하는 것은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진상 택시기사 처벌 규정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근처 주·정차, 승차거부, 술에 취한 승객에게 바가지요금 씌우기, 휴대전화 습득 시 장물처리 등에 대한 처벌 규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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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11-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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