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평양 아파트 붕괴/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평양 아파트 붕괴/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4-05-19 00:00
수정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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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戰後) 10여년이 지난 1960년대 서울의 주택난은 심각했다. 1966년 서울의 무허가 건물은 13만 6650채나 됐다. 해결책은 아파트였다. 어떤 날엔 16곳에서 동시에 기공식을 열 정도로, 1969년부터 서울시는 엄청난 속도로 아파트를 지었다. 속전속결식 밀어붙이기였다. 시민아파트는 대부분 산 중턱에 들어섰다. 시민아파트 1호인 서대문의 금화아파트가 자리 잡은 곳은 해발 200m가 넘는 금화산 위였다. 한 간부가 “공사하기도 힘들고 입주자들도 힘들 텐데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지어야 합니까”라고 묻자 김현옥 당시 시장은 “이 바보들아. 높은 데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고 한다.

1년 남짓 만에 서울의 37개 지구에 1만 8000여 가구나 건립된 시민아파트는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참변은 주민들이 곤한 잠에 빠져 있던 1970년 4월 8일 새벽에 일어났다. 지은 지 넉 달밖에 안 된 마포구 와우아파트가 무너져 33명이 죽고 40여명이 다친 것이다. 이후 시민아파트는 100여 동이 철거되고 건설 계획도 백지화된다.

25년 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부실 건축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대충대충’, ‘빨리빨리’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완공을 앞두고 ‘피사의 사탑’처럼 20도 이상 기울어진 충남 아산의 오피스텔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오피스텔은 어제 철거 도중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 입주 후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아찔한 일이다. 아파트 붕괴 사고는 중국에서도 잦다. 지난달 저장성에서 5층짜리 아파트가 와우아파트처럼 내려앉았다. 2009년에는 상하이에서 완공을 앞둔 13층짜리 아파트 1채가 통째로 붕괴한 사고도 있었다. 1993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12층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다. 서양이라고 이런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파트 붕괴로 27명이 사망했고 이듬해 남부 포자시 중심가에서 지은 지 31년 된 아파트가 무너져 수십명이 매몰됐다.

북한 평양에서 92가구가 입주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무너졌다. 17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속전속결의 원조라 할 북한의 속도전이 부실 공사를 부른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마식령 스키장을 1년 만에 완공하며 ‘마식령 속도’라고 자화자찬했던 북한은 올해도 ‘조선 속도’라는 구호를 앞세워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 건축에 군을 동원하는 북한에서는 1993년에도 건축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져 군인 2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어느 나라나 속도전은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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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05-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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