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앞줄 오른쪽 네번째)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에 항의하며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한 뒤 6개월 넘게 후임 인선이 표류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사전 대면 협의 없이 손봉기 후보자를 서면 제청하자 청와대가 열흘 만에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25일이 지난 그제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가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자 조 대법원장은 어제 다시 “재제청 공문에 명확한 근거가 제시돼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검토하지 않기로 하면서 당장의 법적 충돌은 피했다. 그러나 제청 거부에 재제청 거부가 맞물리는 초유의 대법원 교착 상황이 깊어지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제청 거부를 “내란 잔불”이라는 원색적 표현으로 직격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이에 야당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겨냥해 “삼권분립 파괴 책동”이라고 맞섰다. 대법관 인선을 여야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정쟁 소재로 삼으면서 혼돈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청와대와 대법원에 있다. 청와대가 ‘절차적 흠결’이라는 추상적 사유만으로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반려한 것은 제청권을 가볍게 본 처사라는 지적이 학계에서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 역시 반 년 가까이 제청을 미루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법관을 서면 제청해 불씨를 지핀 책임이 없지 않다.
양측은 임명권과 제청권이라는 각자의 권한을 앞세우고만 있다. 답답한 대치 속에 정작 국민의 ‘재판을 받을 기본권’은 200일 넘게 침해되고 있다. 권한 다툼에 매몰돼 주권자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정신 훼손임을 직시해야 한다.
2026-09-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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