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 지정 취소 불발, 고교학점제 도입에 차질 없어야

[사설] 자사고 지정 취소 불발, 고교학점제 도입에 차질 없어야

입력 2021-02-18 20:34
수정 2021-02-1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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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서열화 폐지’에 제동 걸려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정부는 2025년에 적용될 고교학점제를 그제 발표했다. 현재는 3분의2만 출석하면 고교 졸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성취율 40% 이상인 192학점을 3년간 함께 채워야 가능하다. 이번에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이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고교 서열화 폐지’라는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취소 결정에 대해 법원이 자사고의 손을 들어 주었기에 고교학점제 도입에 일종의 난항이 예상된다. 자사고 등의 일반고 일괄 전환도 “교육권과 교육제도 법정주의 위배”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어제 자사고인 세화·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자사고의 손을 들어 줬다.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운영성과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5년 전보다 10점 높이고, 일부 평가지표를 바꾼 것을 평가 수개월 전에 알려 준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부산에서도 해운대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교육환경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한다. ‘내신지옥’이라 불리는 입시경쟁을 누그러뜨릴 제도로 미국, 영국 등 서구 주요 국가와 중국, 일본에서도 시행한다. 그러나 정책 설계와 달리 교원과 학교는 물론 인근 지역에 따라 고교 서열화와 우수학군 쏠림 현상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교원 양성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시간표를 짜는 과정을 도와줄 교원과 다양하면서도 전문적인 과목을 가르칠 교원, 학생들의 이동과 공강 시간에 안전을 살필 교원 등도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교사 정원을 줄이겠다는 교원 수급 계획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낯선 제도의 도입으로 학습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행정법원의 어제와 같은 판결로 자사고 등의 일괄 전환이 예정대로 안 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고교 교육은 대입에 종속돼 있다. 고교학점제가 사교육 시장을 더 활성화할지, 모든 학생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될지는 대입 개편 결과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그 대입 개편안은 2024년에야 나온다. 선후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12월 수능을 친 2002년생들은 2015년 교육과정 첫 세대지만 수능 개편이 늦어져 과거 체제로 시험을 보는 엉터리 같은 일을 당했다. 이런 실수는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이 대입제도 개편 방향과 동시에 논의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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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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