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선진화법 폐해만 각인시킨 정기국회

[사설] 국회선진화법 폐해만 각인시킨 정기국회

입력 2015-12-09 18:02
수정 2015-12-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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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던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멈춰 섰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대부분의 민생 현안을 미결로 남겨 둔 채 회기를 끝내는 마지막 날까지 여야가 거친 입씨름만 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극심해지면서 부실했던 여야 협상 창구마저 닫혔다. 100일간 회기를 허송한 여야가 오늘부터 열기로 한 12월 임시국회마저 표류시킬 참이다. 허울만 그럴듯한 국회선진화법이란 벽 앞에서 겉돌기만 해 구제 불능이란 평판을 부른 국회가 출구조차 못 찾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19대 국회는 민생 법안을 제때 처리하는 생산성 면에서 역대 최악이었다.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는 비율은 여느 국회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인 어제 오전까지 이번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수는 1만 7222건으로 집계됐으나, 가결된 것은 5449건에 그쳤다. 가결률은 31.6%로 과거 국회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는 당리보다는 공동체의 미래를 우선하는, 열린 토론으로 이견을 절충하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여야가 지지 계층만 바라보는 소아병적 자세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을 무작정 방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증상은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이 가동되면서 더 심해졌다. 의결 정족수를 ‘5분의3’으로 올려 사실상 야당에 거부권을 준 선진화법의 폐해가 두드러지면서다. 세계 의회사에 유례없는 이 법안은 여야가 표결 대신 역지사지의 자세로 토론해 협상하라는 게 본래의 취지였다. 그러나 타협과 절충의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토양에서 개발에 편자를 달아 준 꼴이었다. 올 정기국회에서의 ‘입법 흉작’이 생생한 증거다. 그것도 모자라 여야는 선진화법을 각기 편리한 대로 악용하기도 했다. 야당이 5분의3이라는 비현실적 의결 정족수를 무기로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자 여당도 예산안을 법정시한에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안이 확정되도록 한 선진화법의 자동부의 조항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그 흥정의 결과가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 증액과 ‘법안 나눠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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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건 이런 기형적 합의조차 원활히 이행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어제 오전 내내 정부가 고용난 해소를 위해 목을 매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야당이 엉뚱하게 끼워 넣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심의하기 위한 유관 상임위도 못 연 채 무산시킨 게 단적인 사례다. 여야는 이들 법안을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등과 함께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국민이 눈 부릅뜨고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가 청와대 출장소인가”라는 등 설전을 벌인 건 뭘 말하나. 의회정치가 마비됐다는 방증이다. 여당의 날치기와 야당의 실력 저지가 부딪치는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선진화법이 국정 지체와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더 치명적 결과를 불렀다면? 과반수 다수결 원리라는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 국회법을 고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2015-1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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