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대화 위한 대내외 환경 구축에 힘 쏟아야

[사설] 남북대화 위한 대내외 환경 구축에 힘 쏟아야

입력 2015-01-06 18:02
수정 2015-01-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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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대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조언은 박근혜 정부가 귀담아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 밀사 역할을 했던 박 의원은 그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남북 대화와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면서 당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우리가 접촉한 북한의 숨소리까지 모두 미국에 알려 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남북 관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남북 간 지속 가능한 대화와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의 의지 차원을 넘어 주변국, 특히 미 행정부에 대한 우리의 설득 노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 양국 정부의 공동 인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0년 당시와 비교할 때 남북 대화에 관한 한 지금의 대외 여건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에 대한 미 오바마 행정부의 신뢰가 거의 바닥에 가깝다. 남북 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했던 소리”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만큼 대북 인식이 싸늘하다. 영화제작사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놓고 미 정부가 추가 대북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미 의회 일각에선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 북한을 더욱 고립화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북한과의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의 지적은 미 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겠다.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는 미국과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의 고립정책을 깨려 하는 북한 사이에서 고도의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국면인 것이다.

지금의 대화 모드를 이어가는 데 박근혜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다음달 말이면 북한 당국이 극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키리졸브 연례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시작된다. 마땅히 실시돼야 할 훈련이겠으나 이를 빌미로 북한이 언제 또 대화의 빗장을 걸어 잠글지, 이를 구실로 우리 정부에 어떤 압박을 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대화의 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내세운 바 있다. 키리졸브 훈련 전까지 되돌리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남북 간 대화의 진전을 이뤄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한·미 군사훈련이 남북 대화의 장애 요소가 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공조 또한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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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내부의 환경도 정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인사회와 어제 국무회의를 통해 남북 대화를 통한 포괄적 현안 해결의 뜻을 내비쳤다. 5·24 제재 해제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언제든 건너야 할 강이겠으나, 자칫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킬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 대화 앞에서 국민이 갈라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2015-01-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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