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의 서울살이] 만초천은 살아 있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만초천은 살아 있다

입력 2017-08-18 17:58
수정 2017-08-18 18:4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얼마 전 용산 주한미군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종종 드나들었지만 기지를 돌려받는다는 전제가 없는 ‘남의 떡’이었기에 눈여겨보질 않았다. 한국 속 이국 풍경을 그저 심드렁하게 쳐다보았을 뿐이다.

찬찬히 기웃거린 뒤에야 용산기지 곳곳에서 풍기는 묘한 이국 정서의 정체가 파악됐다. 왜색이었다. 일본군의 상징인 오각별 문양이 뚜렷한 빨간 벽돌 건물은 일본이 모방한 서구 건축물의 전형이다. 자료를 뒤져 보니 기지 내 1245개 건물 중 무려 132개가 일본군이 지어 사용하던 건물을 재활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백범 암살범 안두희가 수감됐던 일본군 감옥이 의무대로 둔갑했다. 여기가 미군 기지인지 일본군 기지인지 얼른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들 어떠리. 1906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11년 만에 반환받는 마당에 까짓것 눈감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용산은 고려 때 몽고군, 임진왜란 때 왜군, 청일전쟁 이전 위안스카이의 청군까지 7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외국군의 점령지로 얼룩져 있질 않은가. 서울의 한가운데 알토란 같은 100만평의 땅을 내 세대에 되찾게 된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남산만 한 크기의 땅이다. 아파트의 사회문화사가 말해 주듯 우리의 근대화와 산업화는 ‘주거와의 전쟁’이었다. 그린벨트보다 백배 강력한 미군부대였기에 용산과 둔지산 일대가 이렇게 온전할 수 있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부어 놓은 적금을 찾는 셈 치자.

무엇보다 반가운 건 만초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으로 보던 만초천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살아 있었네!”라는 환호성이 나왔다. 구불구불하던 자연하천 만초천은 일본군에 의해 직선화된 상태로 300m가량 노출돼 있었다. 서울 땅 아래 35개의 하천 대부분이 복개돼 도로 아래로 들어갔다. 무악재(안산)에서 발원해 서대문 영천시장~서울역 뒤편 청파로~용산 전자상가~한강으로 흘러드는 만초천 7.7㎞ 구간 대부분도 1967년 이후 깜깜한 도로 밑을 흐른다.

조상들이 불을 밝히고 게를 잡던 용산팔경(龍山八景)의 모래밭 만초천은 태종 때 용산강에서 남대문을 관통하는 운하가 될 뻔했다가 일제강점기 욱천(旭川)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으로 개명당했다. 봉준호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은신처로 나오는 원효대교 북단 하수도가 한강 쪽 출구다. 만초천의 옛 이름 넝쿨내를 살리자는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만초천 물줄기를 찾아다니는 팬덤도 있다. 복개된 뒤 이름 없이 사라진 다른 하천에 비하면 복받았다.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다. ‘국립공원’도 아니고, 새로 생기는 공원의 개념이 얼른 와 닿지 않는다. 정부가 만든 용산공원조성 특별법을 읽어 봐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옮겨 올지도 모르고, 자기 건물이 없는 정부기관 그리고 한미연합사와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국가의 공원’이라는 뜻인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관할 자치단체인 서울시, 용산구가 티격태격하는 걸 보면 뭔가 탈이 난 것 같다.


이인식 서울시의원 “수도권 교통은 하나의 생활권… 재정·운영 책임도 함께 나눠야”

서울시의회 이인식 의원(더불어민주당, 금천구 제1선거구)은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서울 광역교통망의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수도권 광역교통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합리적인 재정 분담과 교통수단 간 연계 강화를 통한 운영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인천까지 확대된 수도권 생활권에 대응해 기존 광역교통 운영체계의 한계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광역통합교통체계 구축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광역교통 운영의 재정적 책임과 시민 이동 편의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서울·경기·인천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있지만, 교통 운영주체와 비용 부담, 관리 책임은 여전히 행정구역별로 나뉘어 있다”며 “이제는 환승·요금 통합을 넘어 교통망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떠안은 막대한 재정 적자가 핵심 현안으로 지적됐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2025년을 기준으로 공사의 부채 규모는 약 7조 7563억원에 달하고, 환승에 따른 손실 부담도 약 2907억원 규모인 것으
thumbnail - 이인식 서울시의원 “수도권 교통은 하나의 생활권… 재정·운영 책임도 함께 나눠야”

남산이 자신의 품에 안긴 용산기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방 후 남산 공원용지를 이 기관, 저 기관, 이 학교, 저 학교에 선심 쓰듯 내주어 오늘날 ‘벌레 먹은 남산’을 만든 전과가 있다. 미군 통신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남산 제1봉수대 자리도 반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어렵사리 되찾은 용산과 만초천도 또 그렇게 망칠 작정인가.
2017-08-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