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 칼럼]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은 다른가

[문소영 칼럼]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은 다른가

문소영 기자
입력 2019-12-04 22:30
수정 2019-12-0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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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논설실장
타이밍이 나쁜데…. 지난해 3월 21일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을 울산경찰청이 압수수색한다는 기사가 떴을 때 떠오른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날은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울산시장 후보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시점이었다.

현재 언론은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라고 쓰고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수사’다. 2018년 3월 경찰은 건설비리 의혹으로 김 시장의 비서실장과 건설국장, 김 시장의 동생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이것이 1년 8개월 뒤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이 돼 돌아왔다. 현직인 김 시장을 날리고 대통령의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내세워 선거 개입 음모를 짰다는 것이다. 백 전 민정비서관은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에게 넘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한 일처리이지만, 검찰수사로 밝힐 부분이다. 다만 이 첩보가 현직 울산시장의 비서실을 압색하는 근거가 됐으니 청와대가 음모에 개입한 것이라고 직선으로 연결짓는다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일부 언론은 반부패비서관이 아니라 민정비서관에게 갔으니 문제가 있다는 식의 해석도 하던데 동의할 수 없다. 정보는 원래 힘 있는 쪽에 몰리게 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 부처의 민원들이 ‘청와대 청원’에 쏠리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노무현 논두렁 시계 사건’을 통해 권력이 끝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학습했을 재선의원인 백 전 비서관이 무리수를 두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타이밍이 최악인데…라고 생각한 일도 있다. 지난 8월 29일 검찰이 조국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20여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을 때다. 여야가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9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열기로 합의한 다음날이었다. 검찰은 법무부 산하의 외청이므로,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치적 상식이다. 최악의 정치적 개입을 했다고 판단했다. 초유의 일이 벌어진 만큼 검찰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언론도 우왕좌왕했다. 마침 시중에서 ‘조국과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려는 검찰수사’라는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서, 검찰의 유례없는 이상행동은 묵과됐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배짱을 무한대로 키워 준 착오다. 정치사에 나중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모르겠으나, 2019년 8월 29일 검찰의 압색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의 쿠데타’라고 인식할만하다.

검찰의 이상행동은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부인 기소로 재현됐다. 새로운 권력의 등장을 재차 과시한 셈이다. 조국 법무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던 진영은 검찰이 정의를 세우고 있다며 환호했다. 여론이 이런 ‘삐딱선을 타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이 다수의 반대에도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 장관을 임명하고 장관에 취임한 조 장관은 가족들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피의사실공표 금지나 포토라인 폐지 등을 강행하려고 시도한 탓이다. 인권보호를 적폐수사 때는 놔두고 왜 조 장관 가족부터 시작하느냐며 역풍이 불었다.

아이러니한 일은 ‘유재수 비리 수사’와 ‘하명수사 의혹 수사’ 등으로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윤석열이 청와대를 돕고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검찰 스스로 최고권력임을 과시한 8월의 압수수색에서조차, 우리 사회는 ‘검찰의 정의 구현’으로 인식해 검찰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2018년 3월 울산경찰청의 압수수색을 보지 않을 이유가 있나. 검찰수사는 정의이고, 경찰수사는 비정의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울산경찰청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면 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수사하는 현재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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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나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을 생산하던 검찰이, 2019년 현재는 정의를 담당하는 행정부의 외청이라고 굳게 믿는 시민이 적지 않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고의로 정부에 흠집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수사 결과로 보여 주길 바란다.
2019-1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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