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공수처의 존재 이유

[데스크 시각] 공수처의 존재 이유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5-01-16 00:16
수정 2025-01-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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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체포한 ‘계륵’ 수사기관
‘헛발질’ 수사 진행에 우려 많아
연 200억 예산… 역량 더 보여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에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해당 수사를 주도한 공수처에도 눈길이 쏠린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땐 5시간여 만에 맥없이 철수하더니 2차 땐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물론 경찰의 역할이 컸긴 하지만.

이번에 체면치레를 한 공수처는 그간 수사기관 속 ‘계륵’ 같은 존재였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특별 채용 사건부터 애를 먹는 등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구속이나 기소 무엇 하나 순조로웠던 적이 없다. 김진욱 1대 공수처장 역시 수사 성과가 미미했다는 비판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동운 현 공수처장(2대)이 취임했을 때도 비슷했다. 1, 2대 모두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 수장을 맡아 독립적 수사기관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잖았다. 법조계 상당수는 “수사라는 것 자체가 법을 활용해 정보를 얻어 내고 몰아붙여야 하는 작업인 만큼 사실 검사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내란 관련 수사에 공수처가 참전했을 때도 여러 말이 나왔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주도 경쟁을 벌일 때 오 처장이 윤 대통령 신병 확보 의지를 밝히고 검경에 사건을 넘기라고 하자 기자들은 “공수처가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우려는 현실이 돼 갔다. 1차 체포영장 발부 땐 영장기한까지 밝히는 이례적인 행보로 논란을 자초했다. 왜 수사 상황을 일일이 다 드러내며 피의자 측에 준비할 시간과 반격할 빌미를 줬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물론 검찰이 수사를 했어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사실까지는 공개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어떤 조직인가. 그 카드를 통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한다든지 다른 물밑 협상을 했을 것이다.

1차 체포영장 만료일을 하루 앞두고 경찰에 대신 집행을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가 바로 거절당한 건 헛웃음이 날 정도다.

타 수사기관(공수처)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경찰이 사건도 이첩받지 않은 채로 영장 집행만 별도로 맡아 한다는 게 법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논란을 부를지 정말 몰랐을까.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하청을 준다”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경찰 협조 없이 움직일 수도 없는 공수처 인력 상황에서 굳이 공문에 ‘지휘’라는 단어를 써 경찰 반발을 산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2차 체포영장 집행 전날에도 공수처는 기자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관저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이 관저지역 내 공조본 출입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가 경호처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 입장문을 연달아 내자 ‘(경호처가 승인한 건 아니라는) 공문을 두 번째에 받기는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인 걸 뻔히 알면서 왜 55경비단이 ‘관저 문을 열어 준다’는 것처럼 애초에 입장문을 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칫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안 그래도 나올 집회 참석자들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았다더니 ‘경호처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고 적힌 두 번째 공문은 기자들 반발이 일자 나중에야 공지했다. 55경비단의 출입 허가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건 작전 중 하나로 보고 비공개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던 질문이었다.

공수처가 앞으로 얼마만큼 수사 역량을 보여 줄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일단 성공했다 해서 그간 부실하다고 비판받았던 수사 성과의 역사가 다 뒤집힌 것은 아니다. 이번 수사의 헛발질이 다 지워진 것도 아니다. 공수처는 연간 200억원가량 예산을 쓴다. 그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야 한다.

백민경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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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사회부장
백민경 사회부장
2025-0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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