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의사의 봄, 국민의 봄

[데스크 시각] 의사의 봄, 국민의 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4-08-01 00:29
수정 2024-08-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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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163일, 여전한 의료 위기
내년 3월까지 집단행동 끌고 갈 듯
집단 이기주의 승리로 끝나선 안 돼

계절이 바뀌었다. 봄의 길목에 시작됐던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글거리는 여름 한복판에서도 계속되고 있고 환자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다. 수개월째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에 지친 환자들은 “아픈 이들에게 불안을 강요하지 마라”며 7월 초 직접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 날씨에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한 정부와 전공의·의대 교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같은 날 일부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키겠다며 휴진했다.

전체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사직 전공의들에게 마지막으로 돌아올 기회를 주겠다며 정부가 지난 22일 시작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31일 성과 없이 마감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가톨릭중앙의료원 레지던트 모집 현황에 기록된 지원 인원은 정형외과 두 명뿐이다. 다른 병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견된 일이었다. 복귀자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어 조리돌림을 하는 악랄한 시도가 이어졌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새로 지원한 전공의들을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동료로부터 손가락질받고 스승은 제자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데 지원할 강심장이 나올 리 만무했다. 명문 의대 교수들의 목불인견 ‘순혈주의’는 의사 사회의 이기주의, 엘리트주의와 폐쇄성을 선연히 드러냈다.

일괄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중증·응급 환자가 있는 수련병원 대신 개원가로 향했다. 이들을 위해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주최하고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가 후원한 첫 설명회는 내과·소아과 등 필수의료와 연계된 개원 설명회가 아닌 소위 ‘돈 되는’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였다.

또 의사 단체는 ‘의료 붕괴 저지’를 투쟁 명분으로 내세우고도 필수의료 의사들에게 보상을 더 주고자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 영상검사(CT·MRI 등) 수가를 줄이는 일에는 반대했다. 영상 검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기울어진 보상 구조를 바로잡는 일에는 반대하고 있으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의사가 왜곡된 의료 체계를 바꾸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부 의사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대화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의사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163일, 여전히 우리 의료는 위기다.

의료계는 전문의 자격 추가 시험, 입영 연기, 수련 중단 후 1년 내 ‘동일 전공·연차’ 복귀 허용 등 올해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에만 정부가 적용한 각종 특례를 내년 3월에도 적용하라며 정부를 압박할 태세다. 내년 3월까진 환자를 볼모 삼아 의료 공백 사태를 더 끌고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환자를 고사 지경으로 몰고 가 종국에는 정부를 무릎 꿇리고 ‘의사의 봄’을 다시 찾길 원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때 남을 것은 더 황폐해진 의료환경, 더 피폐해진 중증 환자들의 삶뿐이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 깊숙이 곪아버린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비필수의료보다 필수의료가 대접받는 의료 개혁을 완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경증 환자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 개편, 중증·응급 환자를 보는 대학병원 의사보다 개원의가 더 많이 버는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기회는 지금뿐이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이미 대입 입시 요강에 반영돼 되돌릴 수 없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라고만 하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계속해서 특혜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6개월간 국민이 감내한 고통이 수포가 되고 정부는 명분도, 실리도 잃는 이중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내년 3월 봄은 집단 이기주의의 승리로 끝난 ‘의사의 봄’이 아니라 ‘국민의 봄’이어야 한다.

이현정 세종취재본부 차장

이인화 서울시의원, 개포동 242번 버스 증차·2413번 집중배차로 주민 교통 불편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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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세종취재본부 차장
이현정 세종취재본부 차장
2024-08-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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