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윤석열의 길, 오세훈의 길/이창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윤석열의 길, 오세훈의 길/이창구 사회2부장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22-07-31 20:04
수정 2022-08-0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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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길을 잃은 문재인
강자와의 동행 택한 윤석열 지지율 추락
오세훈의 약자와의 동행은 어떤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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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전국부장
이창구 전국부장
문재인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이상을 내걸었지만, 결과는 ‘내로남불’이었다. 비정규직 제로를 목표로 했지만 임기 동안 기간제근로자가 160만명 넘게 늘었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했으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세입자를 위한다는 대책은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겼다. 문 전 대통령은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기득권과 싸우는 척하면서 기득권이 된 정권 참여자들의 표리부동에 국민은 등을 돌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취임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동하고 광주로 내려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을 때 잠시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윤석열의 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강자와의 동행’이 바로 그것이다.

강자와의 동행은 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잘 드러난다.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인하, 부동산 부자를 위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부의 세습을 돕는 상속세 완화, 오너와 주식 부자를 위한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망라돼 있다.

정부는 경제 형벌규정 개선팀을 꾸려 범죄를 저지른 기업가의 형벌을 감해 주는 방안을 찾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는 불법하청 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 없이 엄벌 대책만 쏟아냈다. 노동시장 유연화, 탄력근로제 확대, 노동시간 증가, 최저임금 인상 억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민영화도 ‘윤석열의 길’ 위에 있다.

벌써 아득한 일이 됐지만,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핵심 구호는 ‘약자와의 동행’이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사장된 이 슬로건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6·1 지방선거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오 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즉시 이를 시정 목표로 정했다. 약자와의 동행지수(사다리지수)까지 개발해 예산 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다.

약자와의 동행 제1호 사업인 ‘안심소득’은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소득하위 약 3분의1)를 대상으로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시범사업에 참여한 500가구에 처음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소득이나 자산 구분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 주는 기본소득에 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반대 투표를 강행해 ‘복지 전쟁’에서 보수 진영의 패퇴를 자초했던 오 시장이 대한민국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그렇다고 오 시장의 모든 정책이 약자와의 동행을 추구한다고 보긴 어렵다. 용산 정비창 개발, 세운지구 개발, 창신동 쪽방촌 개발,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재개발·재건축 플랜에는 개발로 인해 밀려나는 약자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박원순 전 시장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주민자치회 축소, 시민참여 조례 통폐합, 시민참여 예산제 축소 등은 풀뿌리 자치의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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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차기 대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4선 서울시장에 오른 이의 말과 행동, 정책은 서울시정을 넘어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자와의 동행을 택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80일 만에 30% 밑으로 붕괴됐다. 오 시장이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
2022-08-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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