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윤석열과 노무현/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윤석열과 노무현/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2-07-06 20:32
수정 2022-07-0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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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파격으로 논란 유발 공통점
당대에는 인기 못 끌고 지지율도 저조
공정의 드라마로 국민에게 감동 줘야

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고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의 팬도 윤 대통령의 지지자도 싫어할 것이다. 물론 다른 점이 훨씬 많다. 대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론자였고, 윤 대통령은 검찰 옹호론자다. 하지만 숱한 다름의 총합에 견줄 만한 닮음이 하나 있다. 기성의 틀을 가차 없이 깨고 그것으로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생방송으로 토론을 했고 정부부처 출입기자 관행에 일격을 가했다.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말해 스스로를 위기에 빠트렸다.

윤 대통령은 매일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데(도어스테핑), 이렇게 자주 언론을 만나는 정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또 윤 대통령은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간 쓰던 대통령 집무실을 하루아침에 옮기고 청와대를 개방했다.

이런 파격이 당대에는 별로 인기를 못 끈다는 점도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은 사사건건 기득권 세력과 충돌했고 임기 말엔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해 정권을 야당에 헌납하다시피 했다. 윤 대통령의 파격도 아직까지는 국민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고, 지지율은 임기 초반치고는 이례적으로 낮다. “대통령 처음 해 보는 거라서”라는 윤 대통령의 파격적 해명은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파격적 푸념과 묘하게 닮았다.

유념해야 할 건 대통령의 파격이 맘에 들든 안 들든 나중에 돌아보면 그것이 역사적으로 큰 변화의 포인트였다는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감히 반미를 운운해 국익에 해가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후로 미국이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주한 미국대사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 사랑”을 외치면서 친한파인 척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이후부터였다. 한국의 보수 기득권층이 진보진영을 무지막지하게 다루지 않고 조심스러워한 것도 노 전 대통령 이후 생긴 변화다.

윤 대통령의 파격도 그런 길을 걸을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실언 논란과 함께 야당의 공격 소재가 되곤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이를 옛날식(1년에 한두 번 시혜를 베풀 듯 하는 기자회견)으로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정권을 탈환하면 대통령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했지만, 그렇더라도 옛날식(구중궁궐 청와대)으로 회귀하진 못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집권은 정확히 20년 차이가 난다. 20년 만에 국가원수가 이렇듯 주체할 수 없는 파격으로 논란을 부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인 것도 같다. 역사상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한번도 없었던 일본이나 일당 독재 국가인 중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정말로 흠모해서 후천적으로 파격을 ‘오마주’한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성정이 파격적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파격을 한다고 해서 똑같이 퇴임 후에라도 국민적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만큼 국민들로부터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흙수저 출신에 지역감정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등 인생 자체가 드라마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금수저에 권력기관장 출신이며 강남 부유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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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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