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엠비의 추억/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엠비의 추억/홍지민 사회부 차장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8-03-15 17:30
수정 2018-03-1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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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게 된 지 20년도 넘었지만 대통령이나 훗날 대통령이 된 사람과 직접 마주쳐 본 경우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처음은 2002년 7월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여운과 효순이·미선이 사건의 비통함이 교차하던 때였다. 당시 MB는 서울시장 임기를 막 시작한 터였다. 그날 오전 시 간부들과 첫 정례회의를 가졌다. 여름 수방대책을 꼼꼼하게 따져 묻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장으로서 첫 인상은 괜찮았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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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문화부장
홍지민 문화부장
그날이 여전히 생생한 것은 오후 늦게 있었던 일 때문이다.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는 행사가 시청에서 열렸다. 국민 영웅 ‘희동구’가 온다는 소식에 시청 바깥은 시민들로, 안은 시청 직원들로 붐볐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기자들과 시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행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돌발 상황이 생겼다. MB가 “내 아들인데…”라고 말하며 돌연 한 청년을 단상으로 불러 올렸다. 이시형씨다. 요즘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문제의 다스에 입사하기 훨씬 오래전의 그였다. 영국 명문 축구단의 유니폼을 걸쳤다. 반바지에 샌들을 끌었다. 껌도 씹었다. 히딩크 감독과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인도 받았다. MB 사위도 단상에 올랐다. 대기업 팀장이랬다. 그나마 양복은 입었다. 올해 한국타이어 대표이사가 된 조현범씨다. 곳곳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 행사로 착각한 거 아냐?”

MB를 다시 만난 건 반 년 뒤 이듬해 1월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열렸다. MB는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출판기념회를 열며 불법 홍보물을 대량 배포하고 자신의 저서를 불법 기부했다며 선관위가 고발한 사건이었다. 검찰은 여섯 차례나 소환을 통보했다. MB는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업무상 이유를 댔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소시효에 쫓긴 검찰은 MB를 조사도 하지 않고 재판에 넘겼다. 워낙 이례적인 일이라 ‘눈치보기’라는 뒷말도 나왔다. 기소된 지 한 달 반 만에 MB는 30여명을 대동하고 법정에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변호인 중 한 명이었다. 첫 재판은 오래 걸리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그날은 예외였다. 검찰 측 신문 강도가 높았다. MB는 좋게 말하면 꼼꼼하게, 부정적으로 말하면 꼬박꼬박 훈계하듯 반박했다. 요는 출판기념회는 선거운동이 아니며 출판기념회 일은 고향 후배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불법적인 일이 있었어도 자신은 지시하지도 않았고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요즘과 겹치는 모습이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법원은 결국 무죄 판결했다.

2018년 3월 14일. 긴 시간이 흘렀다. 다시 MB를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이번엔 TV를 통해서다. 마음 아팠다. 개인적인 연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또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 그 자체에 비애를 느꼈다. 불타오르는 숭례문을 새벽까지 지켜보며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과 마주해야 하는가. 위정자, 그리고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러한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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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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