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오직 시민’ 구호뿐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오직 시민’ 구호뿐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입력 2014-08-19 00:00
수정 2014-08-1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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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사회2부 차장
재작년의 일이다. 정부 과천청사를 출입하면서 다른 언론사 선배와 유난히 친해졌다. 매일 같이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저녁 술자리도 함께했다. 어느 날인가 그 선배는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나는 술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어깨결림이 낫는다고, 담배가 뜸 역할을 한다고 억지를 쓰며 선배를 잡아끌었다.

한 달 뒤 선배가 기자실에서 보이질 않았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깨결림이 폐암의 전조증상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폐암 환자를 잡아끌며 술과 담배를 권했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선배의 병을 키우게 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미 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몇 달 뒤 그 선배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요즘 제2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 논란을 보면서 떠난 선배 생각에 사로잡혔다. 우리 몸은 큰 병을 미리 알려준다.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를 우리가 인식하고 대처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깨결림을 단순하게 생각했던 그 선배처럼 우리는 이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형참사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뿐 아니라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도 전조증상이 있었다.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제2 롯데월드타워 주변에서 이상신호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먼저 지난해 여름, 석촌호수에는 무려 15만t의 물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하루 평균 450t 정도 솟아나오는 지하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즉 롯데월드타워로 빠져나오는 지하수로 인해 생긴 공간을 주변 다른 지하수가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석촌호수 물 역시 이 공간으로 빠져들면서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하수가 유출된 빈 곳이 싱크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견되고 있다.

당시 롯데는 관계 없다고 해명만 했고 서울시도 손을 놓고 있었다. 롯데는 월평균 13만 5800t의 한강물을 석촌호수에 쏟아붓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대형 싱크홀도 롯데월드타워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는 ‘롯데월드타워 홍보단’이라는 블로거를 동원, 조기개장 당위론과 안전성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교통대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추석 전에 임시사용허가를 내줄 기세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구조적인 안전문제는 뒷전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오직 시민’을 외치던 박원순 시장의 약속이 퇴색하고 있다. 성급하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느낌이다. ‘지하철 공사 때문이다’, ‘하수관이 파열됐을 뿐’이라며 말을 흘린다.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롯데월드타워의 지하 용출수가 과연 석촌호수 물뿐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인체의 실핏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수로를 생각한다면 석촌지하차도 밑에 거대한 동공이 절대 없다고 누가 불안한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막대한 이익이 걸린 롯데 측이야 싱크홀과 우리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프라다와 루이비통 등 해마다 국내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사회공헌기금은 10년 동안 50만원을 내는 다국적기업의 이익과 우리의 안전을 맞바꾸려 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는 달라야 한다. 저급한 경제논리에 밀려 시민안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외부의 연구용역으로 롯데월드타워와 싱크홀이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쉽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오직 시민’을 외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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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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