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시진핑을 닮아 가는 바이든/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을 닮아 가는 바이든/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3-03-13 00:08
수정 2023-03-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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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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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59억 6000만 달러(약 7조 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넘게 줄었다.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가 역시 지난해 1분기 3.41달러에서 올해 1분기 1.81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외화벌이 ‘1등 공신’이던 반도체 산업이 수렁에 빠지면서 1년째 이어지는 한국의 무역적자 행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 새 악재도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 가이드라인’이다. 지난해 7월 미 의회는 미중 첨단기술 전쟁에서 중국을 압도하고자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에 지원법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1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수익을 미 정부와 나눠야 하고 정기적으로 재무계획서도 내야 한다. 미 안보기관이 요청하면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여 줘야 하고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시설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것도 제한된다.

베이징에서 이를 지켜보던 기자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비시장적 방식으로 산업을 육성해 세계 공급망 질서를 바꾸고 있다”며 틈만 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난하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이어서다. ‘자유시장경제의 본산’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나온 조항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가장 논란이 되는 독소 조항은 미 정부의 ‘초과이익 공유’와 ‘첨단 설비 접근권’이다. 우선 기업이 초과이익을 냈는지 여부를 알려면 기업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원가율과 경영 노하우, 시장 예측 능력 등 경쟁력의 본질까지 확인해야 한다. 기업의 핵심 기술을 모두 담은 반도체 제조 설비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삼성전자의 미 파운드리 공장을 시찰한 뒤 자국 기업 인텔에 초미세 공정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기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만약 중국에서 외국 기업에 이런 요구를 담은 법안을 이번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제출했다면 “드디어 시 주석이 공산주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을 미국의 언론들도 바이든의 행보에는 대체로 침묵을 지키는 분위기다. ‘서로 싸우면서 서로 닮아 간다’고 했던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공동부유’ 이념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하다.

100조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굳이 미 정부에 기업 기밀까지 제출해 가면서까지 보조금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조금 신청을 포기한다면 워싱턴 대중 매파들은 삼성에 ‘친중기업’ 프레임을 씌울 것이고, 미국과 일본ㆍ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도우려는 삼성에 첨단 장비를 팔지 말라”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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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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