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3-03-16 00:00
수정 201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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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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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워싱턴특파원
김상연 워싱턴특파원
지난달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제프리 D 고든(46)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입에서 생뚱맞게도 ‘간식’ 이름이 튀어나왔을 때, 속으로 ‘오늘 인터뷰가 예사롭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든은 해군 중령 출신으로 1990년대 태평양사령부(PACOM)와 7함대 대변인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에 발탁됐고 지난해 대선 때는 허먼 케인 공화당 경선주자의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한 ‘공화당 사람’이다. 만약 대선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선호하는 공화당의 후보가 당선됐다면, 그는 국방부 요직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의 북핵 문제 해법은 당연히 ‘응징’, ‘압박’, ‘선제타격’과 같은 험악한 옷을 입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얼마 전 한 탈북 대학생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초코파이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화폐처럼 거래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면 어떨까 하는….”

‘안 그래도 대북 인권단체에서 초코파이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고 했더니 그는 “초코파이뿐 아니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것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하세요.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라고 했다.

그에게 ‘당신은 햇볕정책 지지자 같다’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맞습니다. 나는 햇볕정책을 지지합니다. 단, 북한 정권에 돈을 퍼주는 식은 아닙니다. 나는 개성공단 같은 것을 지지합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고든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미국이 처한 북핵 딜레마를 드러낸다. 공화당 사람의 입에서 “햇볕정책 지지”라는 돌연변이적 언급이 나올 정도로 미국은 지금 혼돈(패닉) 상태다. 지난 20여년간 제재도 해보고 대화도 해봤지만 끝내 ‘실패’로 귀결됐음이 3차 핵실험을 통해 확인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회의론과 도무지 타개되지 않는 악순환에 대한 피로감, 혹시 북한에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가 반죽된 어수선한 풍경이다.

패닉은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발사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북한 뉴스는 시리아 사태 등 중동 뉴스에 밀렸다. 하지만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로 다가오자 북한 이슈는 삽시간에 주요 뉴스를 장악했다. 정부 브리핑에서도 ‘북핵’이 ‘이란핵’을 밀어냈다. 의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을 주제로 법석을 떨고 있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게 있다.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북핵 위기 지수는 천양지차라고 하는데, 저마다의 대응논리는 저마다의 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론자들은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대화론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나서서 ‘사실은 그때 내 판단이 틀렸다’고 고백할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탈피한 해법을 제시한 고든의 모습은 용감해 보이기까지 하다.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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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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