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올여름에 할 일/장진복 사회2부 기자

[마감 후] 올여름에 할 일/장진복 사회2부 기자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22-06-30 20:46
수정 2022-07-0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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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복 전국부 기자
장진복 전국부 기자
2012년 한여름의 쪽방촌에 간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당의 한 국회의원을 동행 취재하는 일정이었다. 푹푹 찌는 더위를 뚫고 도착한 쪽방촌에는 막상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 가셨어요?” 텅 비어 있는 쪽방촌에 모두가 당황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단칸방이 내뿜는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늘을 찾아 나갔다고 한 주민이 전했다.

지난 29일 다시 쪽방촌을 찾았다. 이번엔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따라갔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돈의동 쪽방촌에는 에어컨 몇 대가 설치됐다. 10년 사이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하고, 운전자 없는 차가 강남대로를 달리고, 집값은 억 단위로 올랐다. 이렇게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변하면서 쪽방촌에도 드디어 시원한 여름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에어컨은 집주인이 동의한 가구에 한해서만 들여놨다고 한다. 집주인이 전기요금을 부담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래서인지 설치율은 33%에 불과했다. 돈의동 쪽방촌은 84개동, 730실이 있는데 설치된 에어컨은 고작 28대가 전부다.

폭우에도 우산을 펴지 못할 정도의 비좁은 골목길, 몸을 웅크려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간 건물 2층에는 방 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복도 끝에 설치된 에어컨의 냉기를 각 방이 N분의1로 나눠 쐬고 있었다. 오 시장을 만난 쪽방촌 집주인들은 7월부터 ㎾h당 5원씩 오르는 전기요금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집주인이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한숨 쉴 때, 세입자는 임대료와 공과금이 덩달아 오르지는 않을까 눈치를 본다.

누구나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영향을 받지만 취약계층은 직격탄을 맞는다. ‘평양냉면 값이 1만 4000원이나 된다’며 직장인들이 투덜거릴 때 취약계층은 단돈 5원에도 벌벌 떤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100m 떨어진 종로3가역 앞에는 밤마다 포장마차 거리가 펼쳐진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는 한여름 밤의 낭만에 젖고, 누군가는 걱정을 안고 산다. 생계비 걱정, 일자리 걱정, 건강 걱정, 끼니 걱정…. 여기에 물가 걱정이 하나 더 얹혀졌다.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오히려 이들은 전기요금을 덜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는 허술한 정책의 틈을 파고든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발(發) 추가 물가 인상이 불러일으킬 나비효과까지 예상하고 대책을 만드는 게 정책의 영역이다. 여름에는 생수를, 겨울에는 연탄을 나르기만 할 게 아니라 부족한 것, 더 메워야 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오 시장은 일정을 마치면서 “점검 차원에서 나왔는데 보니까 알던 거하고는 다르다”며 “현장에서 느낀 바가 크다. 돌아가서 보완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줄기차게 강조하는 ‘약자와의 동행’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주거 취약계층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에어컨을 트는 것, 보다 많은 쪽방촌에 에어컨 바람이 부는 것,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 것, 아프면 참지 말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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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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