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文 정부 뒤집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강병철 사회부 차장

[마감 후] ‘文 정부 뒤집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강병철 사회부 차장

강병철 기자
입력 2022-06-20 20:38
수정 2022-06-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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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사회부 차장
강병철 사회부 차장
고교 시절 모교는 학생들에게 유도를 가르쳤다. 지역에서 이름난 유도·씨름 명문이라 체육 수업 일부를 이로 대체했던 것이었다. 살면서 그때 배운 기술을 쓸 일은 다행히 아직 없었지만 잠깐 맛은 본 덕에 그 쾌감이 어떤지는 대충 안다. 상대를 공중에서 한 바퀴 돌려 바닥에 내다 꽂는 업어치기는 모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바닥에 내다 꽂힌 상대만 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한 달을 이런 통쾌함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취임과 동시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고 지도부는 깨끗이 물갈이를 했다. 검사 파견도 풀고 탈(脫)검찰화도 뒤집고 형사부도 직접 수사를 하게 했다. 전 정부 정책이 줄줄이 업어치기 한판에 나가떨어지는 꼴이다.

윤석열 정부 공약 중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 소위 ‘검찰 정상화’다. 한 장관 팬클럽의 유행어마냥 ‘우리 후니 하고 싶은 대로’ 시원시원하다. 차기 정치지도자 여론조사 3위라는 결과도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싶다. 지지부진한 점수 내기 싸움보다 ‘한판승의 사나이’를 추앙하는 것이 대중의 심리 아니겠나.

정권을 잡은 쪽은 늘 가시적 변화를 보여 주고 싶어 한다. 그래야 지지층의 정치효능감이 커져 다음에 표를 달라기가 덜 민망하다. ‘20년 집권’ 운운했던 전 정권을 뒤집은 윤석열 정부는 속도전의 욕망이 더 클 것이다. 야당은 대선을 지고도 ‘졌잘싸’를 되외고 있으니 뭔가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여기다 정부 요직에 앉은 검사 출신들의 강단이란 것까지 더해졌으리라.

그러나 이런 시원함이 마냥 좋은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의 ‘문재인 정부 뒤집기’는 당장 언제 부작용을 겪을지 알 수 없다. 시원하다고 매끼 콜라를 마시면 반드시 탈이 난다. 뒤집을 때 뒤집더라도 몇 가지 원칙은 지켜야 한다.

우선 법적 근거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고, 법치는 법률가의 통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그래서 여소야대 구도에 법 개정이 어려우니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도 감내하겠다는 자세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설령 발목 잡기가 뻔히 예상된다고 해도 필요하면 야당을 설득하고 법을 고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의회 제도에 대한 깊고 깊은 회의감을 안겼던 ‘검수완박’도 그게 안 돼서 문제 아니었나.

이왕 뒤집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는 계승해야 한다. 검찰 제도는 특히 극에서 극으로 바뀌고 있다. 마치 절충점을 고민하면 자존심에 상처라도 생기는 것처럼. 예컨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 형사부를 강화한 것은 의미를 새길 만하다. 검사는 특수통만 있는 게 아니다. 나쁜 놈을 잡는 것도 정의 구현이지만,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것도 검찰이 구현해야 할 정의다.

제도는 멀리 보고 만들어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영원하다 했던가. 영원까지는 모르겠으나 검찰 제도는 아무래도 지속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 생선은 자꾸 뒤집으면 바스라진다. 정권 맞춤용으로만 제도를 바꾸면 5년, 10년, 어쩌면 20년 뒤에 거꾸로 뒤집기를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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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에서 업어치기는 기본 기술이지만 단단한 기초 없이는 완벽히 구사하기 힘들다.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가 확실한 목표 아래 이뤄져야 한다. 괜히 동작이 크면 빈틈이 생기고, 그 빈틈 탓에 되치기를 당한다. 국정 운영이라고 다르겠나.
2022-06-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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