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참을 수 없는 ‘조직’의 가벼움/이경주 사회2부 기자

[지금&여기] 참을 수 없는 ‘조직’의 가벼움/이경주 사회2부 기자

입력 2014-12-13 00:00
수정 2014-12-1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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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사회2부 기자
이경주 사회2부 기자
서울시가 지난 10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통합안을 발표했다. 매킨지 용역 결과 연 5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은 없고 노조의 이사회 참여도 보장된다. 자산 12조원 이상의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다. 역장만 2~3명인 환승역의 인원 중복을 없애고, 1~8호선 통합 스케줄링으로 시민들의 편익도 늘어난다. 10여년간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완벽한 정책을 본 적이 있나 싶다.

오히려 장점만 과도하게 부각시킨 건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지하철의 문제는 불필요한 인력, 4조 6000억원의 부채, 안전 기능 약화 등이다. 양사의 직원은 1만 5633명이다. 민영으로 운영되는 9호선(669명)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들을 줄이면 노조의 반발도 크고 안전 기능도 약화된다. 그래서인지 시는 유휴 인력을 구조조정 없이 안전 분야에 전직 배치할 계획이다. 향후 전직 대상자는 큰 저항을 할 것이며, 재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신규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전 노선이 동시에 멈추게 된다.

부채는 크게 줄까. 수출과 지하철역 민자역사 개발 등의 예상 수익은 아직 분석이 없다. 통합으로 절약이 가능하다는 연 500억원은 어떨까. 매킨지의 분석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했다. 309억원은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감소다. 결국 비용 감소 효과는 연 191억원이다.

191억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통합 비용을 감수할 만한 액수인지는 미지수다. 통합은 단순히 다른 곳에서 일하던 2명이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문화, 관습 등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조직이 커지면서 방만한 경영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노조의 이사회 참여나 1~8호선 통합 스케줄링 등은 현재 양사 체제에서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향후 시 공무원들이 세월호 이후 정부 조직 개편처럼 조직을 떼고 붙이는 것만으로 개혁의 소임을 다했다는 자기 위안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취재 중에 만난 은퇴 원로 공무원은 “조직 개편은 가장 손쉽고 보여 주기 좋은 개혁이지만, 문제는 언제나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부채 감소라면 무상이용 인원을 축소하는 편이 근본적인 개혁일지 모른다. 지난해 적자의 67%가 무임 승차였다. 물론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래도 정면돌파 대신 시간 연장을 택한 것 아닌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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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lrudwn@seoul.co.kr
2014-1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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