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쥐어짜인 중산층/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쥐어짜인 중산층/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1-28 00:00
수정 2011-11-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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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번트’(squeeze bunt)는 ‘짜내기 번트’라는 뜻의 야구 용어다. 박빙의 점수 차로 게임이 진행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번트를 대는 작전이다. 이름 그대로 1점이라도 쥐어짜내기(squeeze) 위해 쓰는 승부수다.

옥스퍼드영어사전(OED) 편집진이 최근 올해의 단어로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 올해 초 영국 노동당 대표 에드 밀리번드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경제 위기에서 물가상승, 임금 동결, 공공지출 삭감 등에 영향을 받는 사회 계층을 가리킨단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납세 등 사회적 책임 분담 때는 ‘봉’노릇을 하지만, 복지 혜택에선 소외되는 중산층의 처지를 적확하게 빗댄 수사인 것 같다.

올 한 해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의 특징적 양상이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다. 금융위기와 관련한 월스트리트에 대한 분노로 뉴욕에서 촉발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란 시위가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된 이면엔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몰락한 중산층의 불만이 내연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도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진보 내지 좌파 정권 10년에 염증을 느껴 이명박 정권 창출에 지지를 보냈던 중산층 유권자들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거나, 아니면 중산층 자체가 경제난으로 인해 엷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 중산층 밀집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좌일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에 감세 등 ‘기업 프렌들리(friendly)’ 정책을 폈다가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일자 올해는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 사이 중산층은 관심의 사각지대가 된 형국이다. 한때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에서 ‘중산층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는가 했으나, 헛구호에만 그친 느낌이다.

사회가 안정되려면 중산층이 두꺼워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중산층의 빈민층 추락을 막는 소극적인 역할에 자족해선 안 된다. 트램펄린은 운동기구다. 그물망을 스프링으로 연결, 점프를 할 수 있는 매트다. 상향 가능성이 있는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고용과 신용회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빈곤층의 중산층 복원력을 강화하는 트램펄린형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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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1-1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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