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선거펀드/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거펀드/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09-23 00:00
수정 2011-09-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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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가 ‘선거 펀드’를 모집해 선거 자금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고 이 모든 상황을 인터넷에 공개해 기존 선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돈이 없어도 선거법이 한도로 하는 돈을 모금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거에 펀드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그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서 법정 선거비용 40억 7300만원을 지지자들로부터 모았다. 이른바 ‘유시민 펀드’다. 사흘 만에 모금이 완료됐다. 유 대표 선거캠프 측은 당시 “30만원부터 약정이 가능해 대다수 지지자들이 30만에서 100만원 범위에서 ‘투자’했고 ‘슈퍼 개미’ 한 분은 3000만원을 위탁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경기도지사에 낙선했지만 유효득표 수 15% 이상 득표자에게 선거비용의 100%를 보전하는 선거법에 따라 전액을 보전받았다. 여기에 사전에 약속한 확정이율 연 2.45%를 얹어 3개월 뒤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이율은 당시 양도성예금증서(CD)의 이율과 같았다. 유시민 펀드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정치인들도 발빠르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병완(광주서구의회 기초의원 후보) 펀드’가 5억 2000만원을 모았고 , ‘유성찬(경북지사 후보) 펀드’, ‘이정재(광주시교육감 후보) 펀드’ 등 유사 펀드도 잇달아 등장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펀드의 법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선관위는 “돈을 무상대여하거나 법정이자율과 비교해 현저히 낮지 않을 경우 정치자금법 45조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아 선거펀드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선거 펀드를 모집한 후보가 법이 정한 지지율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하는 경우다. 법조·금융계에서는 선거펀드 모금액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약속불이행 등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럴 경우 사기죄 등으로 형사상 처벌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박원순 변호사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자금 전액을 국고로 보조받는다. 10∼15%를 득표한다면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 박 변호사의 선거펀드가 성공을 거두느냐에 많은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인다. 성공한다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후보들마다 선거펀드를 발행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바야흐로 정치에도 투자 개념과 금융 기법이 도입되는 것 같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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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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