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낙지/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낙지/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10-02 00:00
수정 201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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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는 두족류에 속한다. 예로부터 보신에 좋다며 인기였다. 석거(石距)라고 하며, 낙제(絡蹄)라고도 부른다. ‘동의보감’은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크면 몸길이 70㎝ 정도다. 몸통·머리·발로 되어 있다. 발은 8개다. 몸통은 달걀 모양으로 심장·아가미·간·장·위·생식기가 들어 있다. 몸통과 발 사이 머리에 뇌가 있다. 연안 개펄에서 심해까지 돌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산다. 주로 밤에 게·굴·조개·새우 등을 잡아 먹는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영양부족인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였더니 벌떡 일어났다.”고 효험을 소개했다. 맛이 달콤하여 회나 국, 포를 만들기에 좋다고 극찬했다. 실제 1960~70년대 농촌에서는 소가 시름시름 앓거나, 농번기나 한여름 지쳐 있을 때 장에서 구해 온 산낙지를 풀에 싸 입을 벌리고 먹여주면 원기를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찰진 개펄에서 잡히는 낙지, 세발낙지는 한국인의 식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는 존재로 인식됐다.

서울 무교동 일대 낙지 전문점들이 유명했으나 지금은 재개발로 흩어졌다. 대신 전국적으로 낙지 음식점이 늘어났다. 볶음이나 무침, 연포탕 등 요리는 다양하다. 산낙지를 머리부터 통째로 먹다가 질식하는 사고는 가끔 화제가 된다. 인기가 높아 중국산 낙지까지 수입돼 식도락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낙지가 잡히지만 도쿄 등 대도시 사람들은 거의 안 먹는다. 대신 낚시 미끼로 활용하니 우리보다는 낙지 대접이 박하다.

낙지는 정겹다. 남도 바닷가 출신 한승원은 소설 ‘낙지 같은 여자’에서 “낙지일수록 어린 것을 먹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면서 “사람들은 어린 낙지를 씹으면서, 앳된 여자를 품어 녹이는 것을 떠올려 말하곤 하였다. 고개 머리를 쳐들고 옮겨 갈 때는 마치 소복을 한 앳된 여자가 잔디밭 한가운데서 치마를 펼치고 앉으며 오줌 눌 자리를 잡느라고 몽그작거리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낙지가 카드뮴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지난 9월13일 낙지머리(내장)에 기준치의 14배가 넘는 중금속 카드뮴이 들어 있어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발표하면서다. 시민들이 낙지 먹기를 주저하면서 낙지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혼란이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서둘러 안전하다고 반박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여전히 낙지머리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뿔난 어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시위와 손해배상 소송도 불사할 기세다. 안전한 먹거리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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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10-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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