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출연 부담에도… 은행들 ‘지자체 금고’ 쟁탈전

거액 출연 부담에도… 은행들 ‘지자체 금고’ 쟁탈전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3-19 23:26
수정 2018-03-2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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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 복수금고제 도입” 104년 독점 우리은행 ‘초긴장’

최근 서울시가 104년만에 복수금고제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은행들의 자존심을 건 혈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1세기 동안 서울시 ‘금고지기’를 독점했던 우리은행은 수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신한·국민·하나은행 등 경쟁사는 입성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인천과 세종, 제주 등도 연내 새 금고지기를 선정할 예정이라 올해 은행들의 금고 쟁탈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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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와 우리은행의 ‘백년해로’는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성부였던 서울시가 조선경성은행(현 우리은행)에 자금 관리를 맡기면서부터다. 행정안전부가 2006년 1·2금고를 나눠 지정하는 복수금고제를 허용했음에도 서울시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에만 맡기는 단수금고를 고수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자금을 관리할 금고를 두 곳 선정한다고 지난 18일 밝히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가 변화를 선택한 건 우리은행에만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커진 데다 경쟁을 붙일 경우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은행 탓이 아닌 외부 응용프로그램 오류 때문으로 드러났지만, 지난 6일 발생한 대규모 지방세 고지서 오발송 사고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우리은행이 독점을 유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1·2금고 모두 같은 금융사가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1금고는 우리은행이 관록을 앞세워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직접 복수금고를 도입한다고 밝힌 만큼, 적어도 2금고는 다른 곳에 맡길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들은 1금고에도 도전장을 내 우리은행과 붙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모두 관리하는 서울시 1금고는 전체 예산 32조원의 대부분인 30조원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데다 1·2금고 모두 가져가야 본전”이라며 “우리는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 빼앗긴 터라 금고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관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허인 행장 취임 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하나은행은 대전시 1금고를 맡고 있는 노하우 등을 내세울 예정이다.

지자체 금고 선정 심사는 지역사회 기여실적이 중요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이에 은행들은 출연금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지방행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광역지자체 1·2금고를 맡은 9개 은행은 총 1600억원을 출연금으로 썼고, 우리은행이 45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수만명의 공무원을 잠재적 고객으로 삼을 수 있고, 행장이 유력 정치인인 광역단체장과 친분을 쌓는 등 장점이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두 곳 정도를 빼곤 모두 우리은행을 금고로 쓰고 있는 만큼, 시 금고지기는 놓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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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3-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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