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부 새틀 짜자] 깜깜이 기부엔 ‘채찍’… 작은 금액도 성실 공시 땐 ‘당근’을

[기업 기부 새틀 짜자] 깜깜이 기부엔 ‘채찍’… 작은 금액도 성실 공시 땐 ‘당근’을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4-14 22:34
수정 2017-04-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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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회적 대타협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재단을 세워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대다. 일정 부분 기업이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과도한 기업 때리기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한 기업에는 ‘채찍’을 가하더라도, 잘하는 기업에는 ‘당근’을 더 줘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성숙한 기부 문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14일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를 통해 기업재단 운영 현황을 받아본 결과 407개 기업 재단 중 성실 공시를 한 곳(별 5점 법인)은 19곳(4.68%)이다. 그러나 학교·의료법인, 기부금 3000만원 미만 법인 등 평가 제외 법인이 241곳에 달해 이들 법인을 감안하면 투명하게 운영하는 재단은 더 많아진다. 한 예로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산연강재단은 기부금 수입이 3000만원 미만에 해당돼 평가 제외됐지만 재단들 사이에서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직함만 이사장인 다른 기업 총수와는 사뭇 다르다. 박용현(전 두산그룹 회장) 재단 이사장은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사 학술시찰 사업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운영이 투명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공시를 하는 곳도 있다. LG연암문화재단, 롯데장학재단은 고유목적사업비, 관리 및 모금 비용 등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유보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5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긴 했지만 전문만 공개돼 구체적 내용은 확인이 안 된다. 기업 재단이 ‘깜깜이 기부’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권오용(효성 고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사업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는 재단에 대해선 인수합병(M&A)을 허용해 재단의 규모를 키우고, ‘의무지출제’를 도입해 기본 자산의 5%가량은 의무적으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업 재단이 활성화되려면 주고받기 식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업의 상속세 부담 등을 경감시켜 주고 경영권을 안정화시켜 주는 장치를 허용해 준다면 기부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 재단이 기업을 지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단이라는 영속성을 가진 법인이 기업을 보유하면 기업 해체로 인한 고용 불안을 미리 막고, 지분 축소에 따른 경영권 위협 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전제 조건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독일의 칼 자이스 재단, 스웨덴 발렌베리 재단 등이 대표 사례다. 고상현 대구대 법과대학 교수는 “기업은 사회 전체의 자산”이라면서 “비영리법인인 재단이 기업을 운영하면 사회와 공유하는 접점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최중경(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여전히 우리 기업들은 ‘패밀리’ 중심의 경영을 한다”면서 “재단의 기업 지배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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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4-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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