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공론화 급속 확산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공론화 급속 확산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5-07-14 23:46
수정 2015-07-1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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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 등 시민단체 법제화 촉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격을 계기로 해외 기업 사냥꾼들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경영권 방어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 협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영권 방어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영권 방어제 도입 필요성을 알리는 회견을 준비 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 헤지펀드의 인수·합병(M&A) 공격을 막기 위해 우리도 ‘무기 평등 원칙’에 입각해 선진국처럼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황금주(식)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한국 등 5개 나라를 제외하고 모두 차등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해외 다른 기업과 같이 방어 수단을 갖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활짝 열렸지만 선진국처럼 기업 경영권 방어제를 구축하지 못해 국내 기업은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03년 SK와 소버린 간 분쟁,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지분 매입 등 헤지펀드의 우리 기업 습격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때마다 경영권 방어 기제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반재벌 정서, 공정사회 등의 분위기에 밀려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날 보수 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경제원도 각각 좌담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기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에서 “주주가치 훼손 등(소액주주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현행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국내자본시장보호’ 규정을 신설해 국부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국민연금의 최근 결정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자는 의도다.

경영권 방어제 도입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엘리엇의 반대를 누르고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엘리엇이 상법상 보장된 주주 권리를 이용해 삼성물산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앞서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 사들인 것도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시세차익을 실현할 경우 다른 해외 헤지펀드들이 삼성과 현대차 등과 같은 국내 주요 기업에 파상공세를 퍼부을 것”이라면서 “경영권 방어제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 표명은 보류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양 사 합병에 관해 전문위 판단을 요청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전문위 회의에서 입장 보류 방침을 정한 것은 전문위도 연금의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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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5-07-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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